Page 108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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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진리를 다 터득한 것은 아닙니다. 칼빈 이후 지난 500년 동안에 많은 신학자들도 성경
의 상당한 진리들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성경대로만’의 원칙에 굳건히 서서, 우
리 이전의, 또 우리와 동시대의 신학자들이 산고(産苦) 끝에 찾아낸 신학적 진리들을 겸허
하게 경청하고 수용하면서 동시에 성경을 더 깊이 연구하여 새로운 진리들을 부단히 터득
해 가야 하는 것입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예정론/성도의 견인론’과 ‘타락/탈락의 가능성에 대한 경고’는 그것들이
주어진 의도를 존중하면서 통합하여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두 가르침들을 논리적
긴장 가운데 함께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신앙입니다. 탈락의 가능성을 말하는 고린도전서
10:1~12이나 히브리서 6:1~10 등의 의도는 신실한 제자도, 또는 의인/성화의 삶을 촉구하
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출
애굽 세대의 예를 들어 경고하는 것을 우리는 앞에서 살펴보았습니다.
예정론/성도의 견인론을 펼치는 로마서 8:28~39의 의도는 칭의/구원의 첫 열매를 받았지
만 종말의 완성을 향해 가는 동안 여전히 사탄의 죄와 죽음의 통치에 노출되어 고난을 받
는 성도들에게 구원의 확신과 위로를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가르침은 하나님의 주권자
적 은혜에 기초를 둔 본문입니다. 이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 주신
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예정론을 먼저 펼칩니다. “내가 의인이라 칭함 받음은, 그래서
지금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서 있음은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나를 택하여 부르시고, 그
가 정한 때가 되어 복음을 듣게 하시고, 자신의 영(성령)으로 나의 눈을 뜨게 해 복음의 진
리를 깨닫게 하시고, 그리스도를 믿게 하시어 그 구원의 덕을 입게 하심에 의해서이다. 그
러니까 나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것이다.” 우리가 알기 전에 성령이 이
렇게 미리 오셔서 구원의 은혜를 베푼 것을 ‘미리 와서 역사하시는 은혜’(prevenient
grace)라고 합니다.
우리의 구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것이므로 신적 구원이고,
그것이 신적 구원이기에 온전한 구원이며 확실한 것입니다. 만약 우리의 구원에 우리의 인
간적 지혜나 선행이 조금이라도 공헌해야 한다면 그것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인
간적인 것은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것이
므로, 그것은 하나님의 충만에 의한 구원이고, 그러기에 그것은 온전하고 확실한 구원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정론/성도의 견인론을 약화시키는 구원론은 ‘은혜로만’의 진리를 약
화시키며 인간의 선행에 일부 의지하는 구원론이어서, 구원의 확신을 줄 수 없는 것입니
다. 전통적으로 아르미니우스의 가르침을 따르는 신학이나 교단들이 그런 구원론을 가르
친다고 의심을 받고 있는데, 그것은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구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것이라는 진리
를 표현하는 것이 예정론인데, 이 진리를 예정론으로 펼칠 때는 성도의 견인론을 말하여
우리에게 구원의 확신과 위안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구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
님의 은혜에 의한 것이고, 하나님은 ‘미쁘신(신실하신)’ 분이시니(고전 1:9), 그가 우리의 구
원을 끝까지 지켜 주신다고 말하기 위함입니다. 언약의 관계에 신실한 하나님은 설령 내가
가끔 믿음이 약해져 하나님과의 관계에 신실하지 못해도(하나님의 통치에 잘 순종하지 못
해도) 그런 나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 주신다는 것입니다.
예정론은 우리가 사탄의 죄와 죽음의 통치에 노출되어 시험과 고난 속에 있을 때, 그리하
여 우리의 구원에 대해 회의가 생기고 불안해질 때, “나의 구원은 영원한 하나님의 예정에
의한 것인데, 하나님은 신실하셔서 자신의 약속(또는 뜻한 바)을 끝까지 지키시는 분이다”
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펼치는 교리입니다. 하나님이 나에게 끝까지 하나님 노릇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