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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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2
칭의론의 법정적 의미와 관계적 의미
1. 예수의 죽음에 대한 바울의 해석
여기서 먼저 다루어야 할 것이 예수의 죽음에 대한 바울의 해석입니다. 바울이 스스로 다
메섹 도상에서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즉 그리스도의 계시로 복음을 받고, 사도직의 소명
을 받았다고 주장하니까(갈 1:11~17), 바울신학에 대한 고찰은 다메섹의 계시와 사도적 소
명에서 출발하는 게 좋습니다.
바울이 과거 유대 신학자일 때는 예수가 거짓 메시아로서 율법이 선언하는 하나님의 저주
를 받고 죽은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그러나 다메섹 도상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고 부활
한 예수를 만남으로써 하나님이 그를 부활시켜 자기 우편에 앉히시고 하나님의 아들로, 즉
만유의 주로 계시하시므로, 그의 죽음은 자신의 죄를 인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죄를 인하여
우리 대신 하나님의 저주를 받음이요, 우리 죄를 해결하는 종말론적 대속의 제사였다는 깨
달음을 얻게 된 것입니다. 즉, 자기가 핍박하고 있던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죽음을 예수
의 메시아/그리스도(종말의 구원자)적 행위, 곧 하나님의 구원의 사건으로 해석한 것을 받
아들이고, 그들의 신앙고백 양식들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편지들 여러 곳에서 바울은 그들이 이미 형성한 신앙고백 양식들, 또는 복음
선포의 양식들을 인용하고 해석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예를 들어, 롬 3:24~25; 4:25;
고전 11:23~26; 15:3~5 등). 이들 외에도 그리스도의 죽음의 의미를 압축해서 표현하는 말
들이 로마서 8:3~4, 고린도후서 5:21, 갈라디아서 1:4, 갈라디아서 3:13, 갈라디아서 4:4~5,
데살로니가전서 4:14; 5:9~10 등에도 나오는데, 어떤 학자들은 이들 중 일부도 바울의 이
전 교회에서 이미 형성된 것을 바울이 인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들은 바
울 스스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하여간 중요한 것은 바울이 다메섹 계시에 의해서 그리스도
의 죽음에 대한 이전 교회의 해석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우리를 위한 ‘속죄 제사’였습니다. 영어로는 ‘sacrifice of atonement’라
고 합니다. 영어의 신학 언어들 중 대개가 라틴어 어원을 가지고 있고, 일부가 그리스어 어
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 ‘atonement’만은 순수한 영어 기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
람들은 이것을 ‘at-one-ment’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그것은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틀어
진 관계를 갖게 된 인간을 그들의 죄 문제를 해결하여 하나님과 하나 되게 하는 사건’이라
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이 우리를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로 회복시키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그러한 ‘atonement’의 사건이었다는 것입니다.
독일어로는 ‘Sühne’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속죄(atonement/Sühne)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
는가 하면 그리스도가 자신을(또는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우리 죄에 대한 속죄 제사로 바
치심으로써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죽음이 우리의 죄 문제를 해결해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