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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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인가(전통적 해석), 아니면 하나님이 그의 언약에 신실하심을 말하는 관계적 개념인가
(새 해석)?
둘째, 3:25에 나오는 헬라어 ‘엔데이크시스’(endeixis)를 하나님이 자신의 의를 ‘증명’했다고
해석해야 하나(전통적 해석), 아니면 ‘보여 주었다, 시위하였다’라고 해석해야 하나(새 해
석)?
셋째, 3:25에 나오는 헬라어 ‘파레시스’(paresis)를 하나님이 죄를 오랫동안 ‘간과하심’이라
고 해석해야 하나(전통적 해석), 아니면 ‘용서하심’이라고 해석해야 하나(새 해석)?
‘힐라스테리온’(hilasterion)에 대한 해석과 함께 이 세 가지 이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
하는가에 따라 앞에 제시한 두 해석의 유형들이 결정됩니다.
3. 하나님의 의(롬 3:21~26)
이 이슈들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로마서 3:24~26이 기술하는 그리스도의 속죄 사건에서
계시된 ‘하나님의 의’(롬 3:21)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1) 법정적 의미
첫째, 법정적 의미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법을 준행하여 한 행동이 의로운 것이고, 그것
을 거슬러 한 행동이 불의한 것이다. 즉, 이것이 죄이며, 하나님의 의는 의로운 행동은 상
주시고 불의한 행동은 벌하시는 하나님의 속성이다.” 하나님의 의를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법정적 의미입니다. 이 의미에 대해서는 익숙할 것입니다. 이 의미에 따라 로마서 3:24~26
을 해석한 것이 앞서 크랜필드(Cranfield)의 주석의 예로 소개한 전통적인 해석입니다.
2) 관계적 의미
구약에서 ‘의’는 법정적 의미도 갖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관계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즉,
‘의’는 근본적으로 ‘관계에서 나오는 의무를 다함, 관계에 신실함’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관계(부모—자식, 목사—회중, 의사—환자, 고용주—노동자, 통치자—피통치자 등)는
그 관계의 두 참여자들에게 의무를 지웁니다. 예를 들어, 부자 관계는 아비에게는 자식을
잘 양육할 의무를 지우고, 자식에게는 아비를 공경하고 순종할 의무를 지웁니다. 이때 부
자가 함께 그 관계에서 나오는 자기 쪽의 의무를 다하면, 즉 그 관계에 신실하면, 그들은
의롭고, 그 관계는 원만한 상태를 갖습니다. 이것이 ‘샬롬’입니다. 그러니까 ‘의’(관계에 신
실함)가 ‘샬롬’을 낳습니다(그것을 헬라어로 ‘에이레네’<평화>라고 번역하는데, 그것은 갈
등 또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헬라어 ‘에이레네’<평화>는 ‘샬롬’을 부정적
으로 정의하면서 그것의 의미를 축소시킵니다. 우리말의 화평이나 평화도 그렇습니다. 그
런데 원래 ‘샬롬’은 그것보다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모든 것이 두루 원만한 상태를 뜻
합니다). 반면에 그 관계의 당사자들이 그 관계에서 나오는 상대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
하면 그들은 ‘불의’하며, 그 관계는 갈등, 불화를 겪게 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선택해 그들에게 하나님 노릇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즉, 언
약을 세웠습니다(“내가 너희의 하나님이고, 너희가 나의 백성이라”—언약의 형식).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