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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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님 노릇 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신실히 지키심(곧 언약에 신실하심, 은혜 베푸심)으로 이
            해하고,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속죄 제사로 바침이 바로 그러한 하나님의 의를 ‘불의’한 우
            리에게 보이신 사건이라는 해석도 바울의 신학 체계 전체와 잘 맞습니다.
            그래서 바울신학 전체 체계를 보면 그리스도 사건을 법정적 범주로도 해석하고 관계적 범
            주로도 해석해야 하는데, 이 두 해석들이 어떻게 통합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명쾌
            히 설명되었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한 해석을 택하고 다른 한 해석
            을 배격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만족스럽게 통합을 못하여도, 그것
            들을 함께 견지하는 것이 성경적 요구입니다.




                4.      칭의론에 대한 두 가지 해석들


            ‘의’에 대한 두 가지 이해에 따라 칭의론에 대한 해석도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1)      칭의의 법정적 해석


            칭의의 전통적인 해석은 앞서 크랜필드(Cranfield)의 로마서 3:21~26의 해석에서 잘 드러
            났듯이 하나님의 의를 법정적 개념으로 이해하고, 칭의를 법정적 범주로 해석합니다.
            “모든 인간은 죄를 지어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고,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다.”
            그것을 로마서 1:18~3:20에서 바울이 논증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은혜로 구원의 방도를 마련해 주셨다. 그리스도로 하여금 모든 인간을
            대신하고 대표하여 그들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받음으로써 하나님의 진노를 풀어
            버리도록 하셨다. 그래서 이제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을 의롭다고 선언하신다.”
            이것이 복된 소식입니다.
            그리스도의 우리를 위한 죽음과 부활의 소식, 곧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의 기본 의
            미입니다(고전 15:1~11). 이 복음을 받아들이면/믿으면 그것이 선포하는 바, 곧 그리스도
            께서 우리 죄에 대하여 우리를 대신해 하나님의 벌을 받아 버리심이 우리에게 효력을 발
            생하여, 하나님은 우리를 의인이라 칭하신다는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하여 우리
            대신 우리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을 받으심으로써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를 풀어
            버리심은 그리스도의 ‘은혜’인데, 하나님이 그리스도로 하여금 그런 구원을 이루도록 하셨
            으므로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이 구원(은혜)을 선포하는 복음을 받아들이면(믿으면)
            , 십자가에서 일어난 그 역사적 구원의 사건이 오늘 나에게 실존적으로 효력을 발생해서,
            우리가 하나님의 진노로부터 사면된 의인으로 선언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칭의’(무죄 선
            언, 의인이라 선언됨, 의인이라 칭함 받음, 의인의 신분을 얻음)입니다. 그 속에 물론 ‘죄 용
            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죄 용서’는 ‘칭의’의 부정적인 표현입니다. 우리는 최후의 심판
            때 하나님의 재판정에서 무죄 선언(acquittal)을 받고 의인이라 칭함 받을 것인데, 우리는
            복음을 받아들일(믿을) 때 그 판정을 지레 받는 것, 즉 선취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칭의론
            의 법정적 이해입니다. 이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해석입니다. 칭의론을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은 “복음에는(복음이 선포될 때는) 하나님의 의가 계시된다”라는 로마서 1:17을 주
            로 ‘복음은 믿는 자에게 이렇게 의인의 신분을 가져다준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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