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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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주로 해석하면 ‘아담적 죄로 뒤틀린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잡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아담적 죄와 그 죄가 가져온 죽음의 숙명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관계적으로 이해되는 칭의론이 뜻하는 바를 바울은 ‘성화’(sanctification: 하나님께 바쳐짐,
            하나님의 소유됨, 즉 ‘성도’ 또는 하나님의 백성이 됨; 참조. 롬 1:7; 15:21; 고전 1:2; 6:11;
            16:1 등), ‘화해’(롬 5:1~11; 고후 5:14~21), 하나님의 ‘자녀 됨’(입양, 예: 롬 8:16~17), 또는 ‘
            새 창조’(고후 5:17; 갈 6:15)의 그림 언어들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칭의 된 자들, 즉 아담적
            숙명을 극복하고 창조주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로 회복된 자들은 하나님과 화해된 자
            들이요, 하나님의 돌보심을 받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된 자들이고, 하나님께 바쳐진 하나님
            의 백성, 즉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 자들이요, 보다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새로 지음
            받은 새 아담적 존재들입니다. ‘성화’는 보통 칭의 다음에 오는 구원의 단계로서 ‘우리가 윤
            리적으로 날로 더욱 의로운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뜻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것은
            칭의와 동의어로서 구조도 같다는 것을 이제 곧 보게 될 것입니다.




                3)      두 해석들의 통합이 중요


            이러한 법정적 이해, 그리고 관계적 이해라는 두 해석의 통합이 중요합니다. 칭의를 관계
            론적 개념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칭의의 법정적 의미를 간과하려는 경향을 나타
            내기도 합니다. 사실 요즘 신학에서 속죄론(atonement)이나 칭의론을 법정적 범주로 해석
            하는 데 대한 저항이 많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하나님의 진노나 징벌의 개념을 역겨워하
            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속죄나 칭의의 법정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바울의 명
            백한 가르침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칭의가 하나님의 진노, 최후의 심판, 정죄 등의 맥락에
            서 쓰이는 언어라는 것은 앞에 인용한 압축 문형들만 봐도 확실합니다.
            바울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 하나님의 재판석 앞에 서야 된다
            는 것입니다. 이것을 그는 그의 편지들 여러 곳에서 가르치는데, 특히 로마서 14:10과 고린
            도후서 5:10에 엄숙히 선언합니다. 이 재판에서 ‘무죄 선언/의인으로 칭함 받음’은 명백히
            법정적 의미입니다(롬 8:31~34).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는 자들은 그것을 지금 벌써 선취하
            는데, 바울이 그들에게는 “이제 정죄함이 없다” 라고 선언할 때(롬 8:1), 그는 칭의를 명백
            히 법정적 범주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그의 몸에 하나님의 죄에 대한 정죄를 받
            으심으로써(롬 8:3~4), 즉 우리 대신 우리의 죄에 대해 저주받으심으로써(갈 3:13), 그를 믿
            는 우리가 ‘무죄 선언/의인이라 칭함 받음’을 얻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다 법정적
            언어이지 다른 무엇입니까?
            그러니까 칭의의 법정적 의미는 성경적일 뿐 아니라 그것이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성을
            제일 잘 드러내기 때문에 중요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받을 채찍을 대신 받
            음, 그가 우리가 받을 형벌을 대신 받음의 형법적 언어가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를 씻었다
            는 제사적 언어보다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성을 더 크게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받을 벌을 그리스도가 대신 받아 하나님의 재판정에서 우리가 무죄 판결을 받고
            하나님의 진노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뜻을 함축하지 않고 그냥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갖게 되었다거나, 하나님께 화해되었다 또는 하나님의 자녀들로 입양되었
            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를 더 절실히 느끼게 합니다.
            칭의의 법정적 의미는 이렇게 구원의 은혜성을 강하게 드러냄으로 말미암아, 항상 스스로
            의 연약함과 죄인 됨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구원의 확신을 강하게 심어 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신교에서 이 법정적 범주를 굉장히 중요시해서 우리가 부르는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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