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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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찬송가들이 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반면에 전통적인 칭의론 이해는 근래까지 칭의의 관계적 의미를 무시해 왔습니다. 19세기
            에 들어와서야 소위 성경에 대한 역사 비평이 도입되면서 비로소 신구약의 의의 개념이
            그리스     ‐ 로마의 의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게, 법정적 관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관계론
            적 개념이라는 것을 신학자들이 깨닫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관계적 의미가 중시된 것은
            신학사에서 최근의 일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그것을 믿음으로써 의인이
            라 칭함 받은 사람, 곧 의인이라는 신분 또는 지위를 얻은 사람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로 회복되어, 그 속에 서 있으면서, 그에게 나아갈 권리를 얻게 된 것을 강조합니다. 로마
            서 5:1~2에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로마서 5:1은 ‘이제 우리가 칭의 되었으니’라고 시작합
            니다. ‘의인이라 칭함 받았으니’ 이제 어떻게 되었다는 것입니까? ‘하나님과 화평의 관계를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은혜의 관계에 서 있게 되었고,
            그래서 하나님의 은혜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칭의 된 사람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서서 하나님의 은혜를 덕 입게 된 사람입니다. 이것이 칭의의
            관계적 의미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칭의의 이 면을 더 잘 드러내기 위해 바울은 하나님께 ‘화해됨’이라는 그림을 덧붙여 쓰기
            도 합니다. 성경에서 바울만 구원을 하나님께 ‘화해됨’이라는 그림 언어로 설명하는데, 그
            는 그 언어를 세 곳에서만 씁니다. 로마서 5:1~11, 고린도후서 5:11~21, 골로새서
            1:19~23, 에베소서 2:11~22입니다(에베소서를 바울이 직접 쓴 편지라고 보면 네 곳이 되
            고, 바울의 신학 유산을 그의 제자들이 해석하고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편지라고
            보면 세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바울은 ‘화해’라는 개념을 드물게 씁니다. 고린도후서 5:19에서는 그리스도의 속
            죄 제사(atoning sacrifice) 자체를 지칭하여 그 언어를 씁니다. 그러나 고린도후서 5:18~21
            의 다른 구절들과 로마서 5:1~11에서는 그리스도의 그 속죄 제사/화목 제사의 복음을 믿
            음으로 우리가 얻게 되는 열매를 지칭하기 위해 그 언어를 쓰는데, 그런 때는 ‘칭의’와 사
            실상 동의어로 씁니다. ‘칭의 됨’이나 ‘화해됨’ 이나 마찬가지로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로 회복됨을 의미하는데, ‘칭의’는 그 회복된 관계가 올바른 것임을 강하게 나타낸다면, ‘화
            해’는 그것이 화평과 사랑의 관계임을 강하게 나타내는 뉘앙스의 차이를 가지고 있을 따름
            입니다. 그 사실을 또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겠지요. 바울은 ‘칭의’의 관계적 의미를 잘 드
            러내려고 할 때는 ‘화해’라는 개념을 덧붙여서 사용하여, “이제 ‘칭의 된’ 자는 하나님을 거
            스르고 그의 징벌을 받는 관계에 서 있지 않고, 하나님과 더불어 화평과 사랑을 누리는 관
            계에 서 있는 자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칭의’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심판석 앞에서 ‘무죄 선언됨’, ‘의인이라 칭함 받음’, 또는 ‘의
            인의 신분을 얻음’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의’의 관계적 의미를 기억하면서 ‘의인이라 칭함
            받음’ 또는 ‘의인의 신분을 얻음’을 단순히 선언적 의미(‘너는 무죄다, 그러므로 의인이다’)
            만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의인의 신분을 갖게 됨’, 즉‘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갖게 됨’을 의미하는 것임을 깨달아서 칭의의 두 의미들을 통합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칭
            의’는 무죄 선언(죄 용서)받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로 회복되는 것입니다.




                4)      종말론적으로 유보된 칭의


            또 칭의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칭의가 종말론적으로 유보되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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