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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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곧 우리는 ‘불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대가로 사
            탄의 죄와 죽음의 통치 아래 떨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을 내용으로 하는 ‘복
            음’은 하나님께서는 그래도 우리를 내쳐 버리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끝까지 하나님 노릇 해
            주셨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 ‘복음’은,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가 탕자를 저버리지
            않고 먼발치에서부터 버선발로 나와서 그를 영접하여 아들(상속자)로 회복시키고 큰 잔치
            를 베풀어 주듯이, 하나님은 불의한 우리를 정죄하지 않고 우리에 대한 창조주로서 자기
            쪽의 의무를 다하셨음을 나타냅니다(비교. 요 3:16~17). 이와 같이 ‘복음’은 하나님의 ‘의’를
            계시합니다.
            이 ‘의’는 하나님께서 우리 피조물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당신 쪽의 의무, 곧 아비 노릇 해
            주심 또는 목자 노릇 해 주심을 다함이니 하나님의 우리(와의 관계)에 대한 ‘신실하심’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불의’, 곧 죄로 말미암아
            사탄의 죽음의 통치 아래 떨어진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끝까지 하나님 노릇 해 주심(하나님
            의 의/신실하심)이니, 이 하나님의 ‘의’는 그의 ‘은혜’(무료로 베푸는 구원의 선물)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의’, 하나님의 우리에 대해 ‘신실하심’, 하나님의 ‘은
            혜’는 다 동의어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는 이와 같이 ‘불의’한 우리에 대해 하나님께서 창조주로서 피조물에 대한 돌
            보심을 다하시는 것이니, 그것은 자신에게 대항한 우리의 ‘불의’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자
            신과의 올바른(원만한) 관계에 회복시키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하나님이 자신에게 ‘불의’한
            우리 피조물을 창조주로서 돌보시되 끝내는 자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속죄 제사로 십
            자가의 죽음에 넘겨주어 우리 죗값을 치루고 그것을 씻어 버리게 하기까지 하셨으니(롬
            3:21~26; 4:25; 5:8~10; 8:3~4), 하나님이 그의 아들을 보내고 십자가의 죽음에 넘겨주시고
            부활시킴으로써 이룬 구원의 사건(‘하나님의 아들에 관한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계시
            되는데(나타나는데, 롬 1:17; 3:21~26), 이 복음을 믿는(받아들이는) 자에게는 이 복음이 계
            시하는 ‘하나님의 의’(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돌보심/구원하심)가 효력을 발생하여 그
            는 죄 용서를 받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회복된 ‘의인’이 되는(즉, ‘의인’의 신분을 얻는)
            것입니다.
            로마서 1:3~4과 1:16~17에 있는 복음의 두 정의들이 이렇게 연결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서 그의 아들을 보내셔서 다윗의 씨로 태어나게 하시고, 대속의 제사로 죽음에 넘겨주시
            고, 부활시켜 자신의 구원의 통치를 대행하게 하시고, 종말에는 우리를 위해 중보하여 우
            리의 구원을 완성하게 하셨다는 이야기가 복음인데, 그것이 선포될 때 우리의 죄를 용서하
            고 우리를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회복시키기까지 하는 하나님의 하나님 노릇 해 주심(창
            조주로서 그의 피조물인 우리를 돌보심), 즉 ‘하나님의 의’가 계시됩니다(롬 1:17). 이 선포
            된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의 근본 의미입니다(고전 15:1~11). 우리가 이 복음을 믿
            으면(곧 받아들이면), 이 복음이 선포하는 하나님의 구원의 사건(‘하나님의 의’)이 효력을
            발생해 구원을 받게 됩니다. 즉, 우리의 죄가 용서되고 우리가 의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복음은 그것을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롬 1:16). 이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하나님 노릇 해 주심 (‘하나님의 의’), 곧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로 회복시키시는, 하나님 편에서 베푸신 일방적인 은혜에 의한 것
            이므로, 그 복음을 믿는 자는 누구나 구원을 얻게 됩니다. 하나님의 구원이 오로지 그의 의
            /은혜에 의한 것이므로(sola gratia), 그리고 우리가 그 하나님의 의를 선포하는 복음을 믿
            음으로만 덕을 보는 것이므로(sola fide), 구원을 얻는 데는 우리 개개인이 가진 것이나 성
            취한 것은 아무 소용이 없고, 인종, 성별, 신분 등에 따른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
            에 복음은 유대인들에게만이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구원을 주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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