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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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도전서 15:53~57과 관련하여, 바울은 그가 고린도전서 15:53~57에서 간단히 요약한 가
르침을 로마서 7장에서 자세히 전개하여 율법이 육신과 죄와 죽음과의 연대성 속에 있어
서 우리로 하여금 의를 이루고 영생을 얻게 하지 못하고 도리어 죄를 짓게 하고 죽음을 얻
게 한다고 가르치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또 제3장 ‘6.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의 현재적 통치’에서는 바울이 로마서 8장과
갈라디아서 5~6장에서 ‘육신’을 따르는 삶과 성령을 따르는 삶을 대조하면서, 전자는 사탄
의 통치를 받아 죄를 짓고 죽음을 얻는 길이고, 후자는 성령의 깨우쳐 주심과 힘 주심에 따
라 이중 사랑 계명으로 요약되는 ‘그리스도의 법’을 지킴으로써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 삶
으로서 의의 열매를 맺고 영생을 얻는 길이라고 가르치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위 3장 6항목과 4장 1항목의 토론은 칭의론의 삼위일체적 구조를 밝히며, 칭의의 현재 단
계(옛 신학의 구원의 서정의 틀에서는 ‘성화’의 단계)에서 그 삼위일체적 구원이 어떻게 일
어나는가, 특히 성령이 어떻게 믿는 자를 도와 의인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가, 즉 삼위일
체적 하나님의 은혜에 초점을 두고 한 토론이었습니다.
같은 토론을 4장 2항목의 ‘1) 믿음으로 얻는 칭의의 복음에 구조적으로 내포된 의로운 삶
에 대한 요구’에서는 우리가 우리로 하여금 칭의를 얻게 한 믿음을 우리의 실존에서 실재
화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 즉 우리로 하여금 옛 아담적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
고 새 아담 그리스도의 부활의 삶에 참여하는 인간, 곧 의인이 되게 한 우리의 믿음을 실존
에서 실재화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 즉 칭의를 얻는 믿음의 의미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
추어 토론했습니다. 이렇게 ‘은혜로만/믿음으로만 칭의 됨’의 복음은 (하나님의) 은혜 쪽에
서 보든, (우리 인간의) 믿음 쪽에서 보든, 우리가 의로운 삶을 살아야 함을 구조적으로 요
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방종을 위한 면허증으로 가르치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
거짓 복음을 선포하는 이단자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리스도 예수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의 복음을 믿어 의인이라 칭함 받음
은 죄를 용서받고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로 회복됨, 즉 하나님의 나라로 들어가 그의 통
치를 받게 됨을 뜻한다는 것, 그런데 이 칭의는 종말에 하나님의 최후의 심판석 앞에서 하
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로 완성된다는 것,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믿어 칭의
된 자는 칭의가 완성될 때까지 하나님의 통치를 대행하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주권에 성령의 도움을 받아 의지하고 순종함으로써 이제 회복된 하나님과의 그 올바른 관
계(곧 하나님 나라) 속에 계속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살펴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의인으로서의 삶은 칭의의 현재 단계로서 그러한 삶에 대한 요구가 칭의론의 한 구조적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칭의의 구원을 서술하는(indicative) 복음은 의인으로
살라는 요구 또는 명령(imperative)을 구조적으로 그 안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 사실을 “복음에 합당하게 살라(공동체의 삶을 이루어 가라)” (빌 1:27), 또는 “우
리를 자신의 나라와 영광에로 부르시는 하나님께 합당하게 살라”(살전 2:12)라고 간단히
표현하기도 하지만, 로마서에서는 구조적으로 자세히 설명합니다. 그는 로마서 1~8장(또
는 11장)까지 칭의의 복음을 서술하고는, 12~15장에서는 의인으로서 살기를 명령하는데,
그 명령의 부분을 ‘그러므로’라는 말로 시작합니다(12:1).
로마서 1~8장(또는 11장)까지 서술한 삼위일체적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칭의의 복음을 믿
어 의인 된 자는, “ ‘그러므로’ 의인으로 살아라”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 ‘그러므
로’라는 접속사로 시작하여 의인으로서의 삶 전체를 한마디로 요약하는 명제를 천명하고
(12:1~2), 의인의 삶을 위한 구체적 권면들 또는 명령들을 주로 예수께서 주신 이웃 사랑의
계명, 원수까지도 복수하지 말고 사랑하라는 계명을 풀어 적용하는 식으로 제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