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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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의 부르심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그 소명을 충실히 감당함으로써 구원을 받
            고, 그렇지 않으면 멸망을 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한다. 그것은 내가 (나의 복음 선포를 통하여 구원받는 모든 사람
            과) 함께 복음의 덕을 입는 자가 되기 위해서이다”(고전 9:23).


            이것이 바로 종교개혁자들이 어느 정도 터득한 바울의 소명 사상입니다. 우리에게 베푸시
            는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와 소명은 우리 각자로 하여금 그의 주권자적 경륜(오이코노미아,
            oikonomia) 가운데 일부를 담당하는 일꾼(디아코노스<diakonos>; 둘로스<doulos>; 오이
            코노모스<oikonomos>; 휘페레테스<hyperetes>)이 되라는 은혜와 소명입니다. 하나님의
            우리에 대한 구원의 은혜와 소명은 항상 하나님이 구원하시고자 하는 사람들(곧 우리 ‘이
            웃들’)을 섬겨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구원을 체험하게 하라는 사명의 은혜와 소명입니
            다. 하나님의 우리에 대한 구원의 은혜와 소명은 항상 이웃들을 위하여 주어진 것이므로,
            그들 덕분에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이웃들, 즉 우리의 활
            동(‘직업’이라는 주된 활동을 포함한 모든 활동)의 대상들에게 구원의 ‘빚진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을 성실히 섬겨(디아코니아, diakonia) 그들로 하여금 구원(해방과 치
            유로 오는 현재적 구원, 그리고 종말론적 구원)을 얻도록 함으로써, 그들에게 우리의 구원
            의 ‘빚’을 갚는 한편 우리 스스로도 구원을 받아 가야 하는 것입니다.
            바울의 이 소명 사상은 그의 ‘은혜로만, 그리고 믿음으로만 의인 됨’의 복음과 모순되는 것
            이 아니라, 그 복음을 우리의 구체적 삶의 자리에 적용한 것입니다. 우리는 칭의가 죄의 용
            서(무죄 선언)와 함께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로 회복됨, 즉 하나님의 통치를 받고 사는 관
            계로 들어감을 의미한다는 것을 여러 번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은혜로, 그리고 믿음
            으로 의인 됨’의 복음은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성령의 인도하심과 힘 주심을 받으며 ‘그리
            스도의 법’(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지킴으로써 ‘의의 열매’를 맺어 가는 의인의 삶을 살
            도록 요구한다는 것을 방금 살펴보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은혜로, 그리고 믿음으로 의인
            됨’의 복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그런 보편적 순종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에게 개별화된 형태의 순종을 요구함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바울에게는 이
            방인들을 위한 사도직을 감당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섬기라는 개별화된 순종의 요구가
            온 것입니다. 그것이 그에게는 하나님의 소명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바울에게 구원의 은혜와 소명을 베푸신 것은 그로 하여금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여 그들이 구원받고 하나님 나라가 확대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듯이, 아볼로에게 구
            원의 은혜와 소명을 베푸신 것은 그로 하여금 성경 강해를 잘하여 성도들을 신앙의 터 위
            에 더 굳건히 세우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하여 하나님 나라가 든든히 실현되도록 하
            기 위해서였습니다(고전 3:5~15).
            이렇게 하나님은 바울과 아볼로, 또는 모든 성도들에게 구원의 은혜와 소명을 베푸시면서,
            각자가 특별히 하나님 나라를 위해 감당해야 할 임무(사명으로서의 소명)를 주시는데, 바
            울은 그것도 하나님의 ‘은혜’(‘내게 주신 은혜’)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근
            본적으로 구원의 은혜 안에 그 임무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또 그 임무(소명)를 하나
            님의 은혜의 힘으로만 감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조. 고전 15:8~10). 바울은 우리로 하
            여금 우리의 소명을 감당하게 하는 하나님의 은혜의 힘을 ‘은사’라고 부릅니다. ‘은사’는 하
            나님이 우리 각자에게 주신 은혜가 그 은혜 속에 내포된 소명(사명으로서의 소명)을 감당
            하도록 돕는 구체적인 힘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은사’(카리스마, charisma)는 ‘은혜’(카리스, charis)의 개별화되고 구체화된 힘인
            데, 하나님의 소명이 우리 각자에게 개별화되어 다양하게 나타나듯이, 은혜도 우리 각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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