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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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이유는 직업의 불안정성입니다. 유럽에서도 중세에는, 아니 산업혁명 전까지만
            해도 직업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또 사람들은 대개 평생 하나의 직업에 종사했
            고, 부모의 직업은 자식들에게 대를 이어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직업이 굉장히
            많이 분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한 사람이 평생 한 직업을 유지할 수 없어 직업을 몇 번씩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맞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오늘날 우리는 고린도전서 7장에 있는 바울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우리의 상
            황에 적용하여, 우리가 하나님의 믿음과 구원으로 부름을 받았을 때 종사했던 직업, 직장
            을 바꾸지 않고 그곳에서 평생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에게 덕을 끼치며 살 수는 없는 것입
            니다. 우리의 변화된 시대 상황에서는 바울의 그 가르침을 문자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
            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의 정신은 살려야 합니다.
            우리가 금년에는 어느 직장에 있고 내년에는 어느 직장으로 옮겨 가든, 항상 현재의 직장(
            또는 다른 활동의 장, 예를 들어, 가사, 자원봉사, 자유, 정의, 평화를 위한 운동 등)을 하나
            님의 소명의 장으로 생각하고, 그곳에서 이웃(나의 직업 활동의 대상)에게 하나님의 은혜
            의 전달자 노릇을 함으로써 하나님의 구원의 통치가 확대되게 해야 한다는 자세로 일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속화된 사회에서 직업을 단순히 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직업의 의미 자체가 비하되고, 우리의 삶 자체도 겨우 빵의 노예로 비
            하되므로 기쁨과 보람을 가지고 성실히 직업에 종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런 직
            업관은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재산을 모으기 위해 남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죄인의 삶을
            살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신자들을 의인 되게 한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로 하여금 기본적으로 어느 처지에서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여 의의 열매를 맺는 의인의 삶을 살도록 요구할 뿐 아
            니라, 우리의 주된 활동의 장(곧 직업)에서 그 직업 활동을 통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라
            고, 즉 이웃에게 하나님의 은혜의 전달자 노릇을 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통치가 더 크게 실
            현되도록 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각자에게 이러한 소명을 잘 감당하도
            록 재능도 주셨고, 적절한 교육과 훈련도 시켜 주셨고, 기회도 주셨으니, 그것들(그 은사들)
            을 잘 활용해서, 선생은 가르치는 일로, 의사는 의술로, 사업가는 그의 생산품으로, 공무원
            은 효율적인 행정으로 이웃의 삶을 평안하고 복되게 하라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과시하는 정치가들, 고관들, 사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후보들을 보면 대개 기독교 신자들의 저열한 패거리 정신을
            이용하여 표를 많이 얻어 권력을 얻을 생각만 하고, 권력을 얻으면 그것을 주로 자신들의
            가족, 친지, 소속 그룹들(당, 지연 또는 학연 등으로 만들어진 그룹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
            하는 것을 봅니다. 불행히도 국회의원으로서 또는 대통령으로서 하나님 나라 실현에 있어
            자신들에게 부여된 사명(곧 소명)을 감당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현실 정치(Realpolitik)의 제
            약 속에서도 인애와 공의와 화평 등 하나님 나라의 가치들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법제
            도를 만들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들이 사도 바울이 가르치는 소명 사상을 가지고 자신들의 직책을 수행하면 한국은 자유,
            정의, 평화, 복지가 얼마나 크게 실현되는 나라가 되겠습니까? 그러면 세상에 대한 그들의
            소금과 빛 노릇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찬양하며 스스로 주 예수 그리스
            도에 대한 ‘믿음의 순종’으로 나아오겠습니까?(마 5:13~16).
            그러나 불행히도 기독교 정치인들과 고관들이 주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며 세상의 권모술
            수로 정치하고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휘둘러 한국을 불의와 갈등 그리고 부패의 문제들
            이 특히 심각한 나라로 만드는 데 공헌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자신들에
            대한 하나님의 소명을 저버린 많은 목사들, 특히 여러 대형교회들의 목사들의 비행과 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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