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칭의와 성화-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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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그 노임으로 어렵게 살면서 복음을 무료로 선포하였는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는 예수의 말씀에나 바울의 이러한 행태에나 사회학적 비평 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예수
            께서 가령 마태복음 10장/누가복음 10장에 그의 제자들을 복음 선포를 위해 갈릴리의 동
            네들로 보내면서 “금, 은, 전대나 옷, 신발 등 준비하지 말고 그냥 가서 어느 집에나 너희들
            을 환영하는 집이 있으면 그 집에 들어가서 유숙하고 제공되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동네
            에 하나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라. 일꾼이 노임을 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말해 줍니다. 당시
            갈릴리와 유대 땅에는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
            니다. 그러나 예수의 떠돌이 전도단에 합류하여 동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
            습니다. 하층민, 즉 남에게 매인 노예들이나 농노들도 그렇게 할 수 없었고, 권문세가의 사
            람들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 강이나 호수에라도 가서 그물을 쳐서 하루 양식(‘일용할 양
            식’)을 얻을 수 있는 어부들이나, 어떤 건축 장에나 가서 망치질, 대패질하여 ‘일용할 양식’
            을 얻을 수 있는 목수들 등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는 자신의 순회 전도단에 동행
            할 제자들을 이렇게 손 기술을 가지고 자영업 하는 사람들, 당시로 말하면 중산층의 사람
            들 중에서 뽑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외에 갈릴리와 유다의 곳곳에 상당한 부와 지위를 가진 사람들 중 예수의 하
            나님 나라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그중 몇 명의 이름을
            압니다. 요한복음에 보면 이 예수 전도단이 예루살렘에 갈 때마다 어느 집에 가서 머무릅
            니까? 예루살렘 바로 앞에 있는 베다니의 나사로 집안에 가서 유숙합니다. 니고데모도 그
            런 집안입니다. 또 예수의 시신을 수습한 아리마대의 요셉도 그런 집안입니다. 그리고 누
            가복음 8:1을 보면 거기에 부유한 여자들이 예수의 운동을 도왔다고 하는데, 그중에 하나
            는 헤롯 궁전의 재무상의 부인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께서 제자들을 보내면서 “어느 고을에 마침 그런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
            아! 우리 선지자, 우리 랍비 예수의 제자들 오셨네. 이 고을에서 하나님 나라 복음 선포하
            는 동안 우리 사랑채에 와서 지내시오’ 하고 방을 내주고 식사 대접을 할 테니까, 그때 미
            안한 마음으로 주저하지 말고 그냥 가서 먹고 자며 그 동네에 복음 선포하라. 하나님 나라
            가 임박했으니 선교비 마련하고 장비 갖추려 낭비할 시간도 없다. 여기저기 인사치레하고
            다닐 시간도 없다. 어서 가서 너희를 환영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복음 선포에 집중
            하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복음 선포자의 생계에 대한 예수의 말씀은 이런
            사람들이 여러 고을들에 있는 것을 전제하고 하신 말씀이며, 그것의 정신 또는 의도는 복
            음 선포자들을 새로운 사제 계급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그들이 생계 걱정
            을 하지 않고 복음 선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즉, 복음의 효과적인
            선포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바울의 이방 선교 상황은 예수의 유다/갈릴리의 상황과 전혀 달랐습니다. 데살로니가는 마
            게도냐의 수도로 부유한 항구도시였고, 고린도는 아가야의 수도로 더 부요한 항구도시였
            습니다. 당시 그런 곳들에는 떠돌이 스토아, 냉소주의 철학자들, 소피스트들, 수사가들이
            몰렸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서 지혜롭고 행복한 삶에 대한 철학 강연
            을 했습니다. 그들의 강연은 당시 인기 있는 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6:25 직후 한국에서 텔
            레비전도 없고 라디오도 많이 보급되지 않은 때에 약장수들의 쇼가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였듯이 말입니다. 그때 약장수가 사람들을 많이 모아 놓고 유창한 변사의 목소리로 재미있
            는 만담도 하고 노래도 하며 무엇이든지 잘 믿는 어머니, 할머니들한테 엉터리 비누도 팔
            고, 약도 팔았습니다.
            바울 시대 헬라의 주요 도시들에 떠돌던 철학자들이나 소피스트들도 광장에 사람들을 많
            이 모아 놓고 “내가 여러분들에게 진정한 행복의 길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재물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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