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월간사진 2018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M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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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존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8-02-22 오전 10:38 페이지 114
Part5 흑백 암실과 스캔을 고수에게 묻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마치고난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상과 인화를 직접 하는 사람이 있고, 현상소에 현상 및 스캔을 의뢰하는 사람도 있다. 흑백 암실, 필름
스캔 전문가를 만났다. 흑백 암실의 전반적인 프로세스와 노하우, 현상소·자가·프린트랩 스캔의 차이와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암실, 약품 냄새 맡으며 암실작업을 고수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암실작업 게 된다. 혼자하는 것은 어렵다. 존 시스템은 톤을 다루는
에 어떤 매력을 느끼는가. 체계인 만큼 뛰어난 시안을 가진 선생이 필요하다.
손맛에 취하다 촬영부터 한 장의 최종 프린트가 나오기까지 하나의 이미
- 지를 최소 천 번 이상은 본다. 번거롭고 불편한 과정이다. FB인화지와 RC인화지의 프린트 품질 차이는 실제 어느 정
김경덕 하지만 흑백 필름의 매력은 이 불편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라고 보는가?
한 장의 사진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FB인화지가 훨씬 좋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암부 디테일
빛에 대해서, 프레임에 대해서, 주제에 대해서, 사진에 대 의 표현력이 뛰어나다. 계조도 풍부하고 중후한 느낌도 매
해서. 이러한 생각들은 곧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반면, 디 력이다. 여기에 페로타입 후처리를 거친다면 미려한 광택
지털 사진은 표현의 스펙트럼이 넓지만 설렘이 없다. 사진 과 또 다른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상의 보존 기간도 수십
의 탄생을 기다리며 갖는 설렘이 암실작업의 가장 큰 매력 년으로 상대적으로 더 길다.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
이라 생각한다. 하다. 먼저, 약품을 처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작업 후 표면 장력으로 인해 인화지가 심하게 휘어버린다.
흑백 암실 프로세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이를 펴주기 위한 후처리 과정이 요구된다. 반면 RC인화
먼저 필름을 현상한다. 약품처리를 통해 필름의 이미지를 지는 FB인화지와 상반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FB는 퀄
눈에 보이도록 하고, 더는 빛에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과 리티가 우수하고, RC는 처리과정이 편리하다.
정이다. 촬영을 마친 필름을 암실에서 릴에 감고 현상탱크 아울러 확대기와 렌즈에 따른 차이도 명확하다. 집광식은
에 삽입한다. 미리 준비해둔 약품을 순차대로 현상탱크에 선명도가 뛰어난 대신 먼지, 스크래치 등도 선명하게 표현
넣어 교반(현상 탱크를 잡고 흔들어주는 행위)한 다음 약 된다. 산광식은 반대로 먼지, 스크래치 등이 잘 표현되지
품을 물로 헹구고 건조시키면 된다. 다음은 종이에 사진을 않는 대신 선명도가 떨어진다. 확대기 렌즈는 카메라와 비
옮겨 담는 인화 과정이다. 암실에서 호박색 암등에 의지한 슷하다. 좋은 렌즈일수록 수차억제력이 우수하다. 현재 작
채 필름을 확대기에 장착한다. 확대기는 필름에 빛을 투과 업실에서 더스트 M805 집광식 확대기와 슈나이더 Com-
시켜 상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확대기 아래에 인화지 ponon-s 렌즈를 사용하는데, 둘 다 훌륭한 장비다.
를 놓고 수 초 동안 빛을 쬐어준 다음 미리 준비한 여러 약
품에 순차대로 적신다. 이후 물로 헹구고 건조시키면 된다. 시중에 있는 많은 필름과 약품들은 각자 나름의 특성을 지
닌다. 최고의 필름+약품의 조합은 무엇이이라고 생각하
최고 퀄리티의 흑백 프린트를 얻기 위해 ‘존 시스템’을 배 나?
워보라는 말을 듣는다.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가. 코닥의 트라이엑스와 티맥스, 일포드의 델타 시리즈 모두
무조건 도움이 된다. 촬영은 암부 디테일을 기준으로, 현 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트라이엑스는 특별히 더
상은 명부 디테일을 기준으로 한다. 흑백필름 좀 만져봤다 애착이 가는 필름이다. 트라이엑스의 입자는 패블(Peb-
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촬영 과정에서 ble) 공법으로 만들어진다. 그 입자가 표현하는 특유의 톤
암부 디테일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면 현상을 오래 해도 이 있다. 티맥스 대비 다소 거칠지만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김경덕 사진을 통해 동양의 근원적인 정신세계를 고
살려낼 수 없다. 반면 명부는 현상시간 조절을 통해 컨트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다. 이 입자는 특히 현상액 코닥 D-
찰하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표현한다. 모든 작업은
흑백 필름으로 진행하며 최종 프린트까지 암실에서 직 롤 할 수 있다. 필름은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토대로 한다. 76과 잘 어우러진다. D-76은 선명도, 입자, 현상 속도 모
접 만들어낸다. 1986년부터 온사진연구실이라는 작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가장 뛰어난 톤을 얻을 수 있는 체 두가 전반적으로 우수한 약품이다. 스펙 상에도 그렇게 표
업실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현재는 사진학원을 병행
계적인 방법이 존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그대로 기되어 있으며, 오랜 기간 여러 약품을 직접 써보고 내린
하고 있다. 갤러리 후, 온 갤러리, 인데코갤러리 등에
따라 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결론이다.
서 수차례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onfoto1@naver.com 하지만 수없이 반복 훈련을 하다보면 나름의 요령이 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