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죽산조봉암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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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까, 감옥생활을 실컷 해주다가 중도에 옥사라도 한다면 그건 더 분하고
원통하지 않을까, 그럴 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스스로 죽어버릴 수는 없을
까, 그러나 우리들이 아는 바로는 우리 애국자, 선구자들 중에는 지금도
10여 년 내지 이십여 년을 감옥살이를 하고 계시고, 또는 감옥살이를 치
르고 무사하게 살아 계신 분도 있으니만치 나도 7년쯤 치러주고 무고하게
출옥해서 장래를 가지고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었다.
어쨌든지 얼마 동안 살아보면서 무슨 구체적인 방침을 세우기로 하되 한
가지 결심을 했었다. 그 결심이란 것은 이렇다. “우선 살아가는 도중에 내
인격이 무시되고 금수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경우면 언제든지 그자와 일대
일로 사생을 결단 짓는다.” 즉, 무리한 욕설이나 따귀 한 대만 맞아도 그
놈을 죽여버릴 결심을 했던 것이다.
감옥살이는 결코 수월한 것이 아니다. 사람으로는 견딜 수 없는 일이 많
다. 견디기 어려운 규칙과 명령이 있다. 그 규칙, 그 명령을 규칙적으로 지
켜주고 그 외의 무리에 대해서는 일보도 양보하지 않고 싸운다. 속히 생
명을 끊기 위한 수단으로 믿고 결사적으로 싸운다. 그런 각오를 하고 붉
은 수의를 입었다. 그러니만치 나는 징역 7년 동안에 단 하루도 방심한 일
이 없고 항상 긴장했었다. 또, 그런 만치 나는 감옥살이 칠 년 동안에 단
한 번도 무리한 욕을 먹거나 따귀 한 대도 맞은 일이 없었다. 사람이 어떤
중요한 결심을 하고 그것을 굳게 실천하려 들면은 그 굳은 결의가 얼굴에
까지 나타나는 것이곤 사람에게는 누구라도 섣불리 달려들지를 못한다는
것을 나는 내 체험에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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