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죽산조봉암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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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 면회를 해 가지고 불복항의를 해보았다. “신체적 조건이 나 같은 사
           람에게 그런 작업만 시키는 것은 무슨 이유요”라고 했더니 전옥은 싱글싱

           글 웃으며 “그 공장은 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하고 작업도 힘들지 않은 곳

           이니 휴양하는 셈 치고 나가 있어”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 같은 불온사상을 가지고, 또 선전 선동력이 있는 수

           인을 젊은 수인이 많은 큰 공장에 보내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
           래서 그런지 내가 나간 보철공이라는 것은 늙은이, 병자, 유약자만이 모

           이는 곳이고 일깨나 하고 제법 부려먹을 만한 놈은 하나도 보내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육 년 동안 보철공이라는 직업으로 바느질, 걸레 깁

           기, 헌 털뱅이 꿰매는 일을 했었다.

            감옥살이하는 가운데 몇 가지 기술을 익혀서 그 덕으로 출옥한 뒤에 직
           업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무슨 일 같은 일을 하게 되면

           재미도 붙고 시간 가는 것도 빠를 것인데 헌 털뱅이 꿰매는 일이란 결코

           기술될 것도 없고 재미 붙을 리도 없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사람은 무슨

           일이나 한 가지를 오래 꾸준히 계속한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꾸준
           히 계속하는 데서 그 일에 대한 능력이 생기고 권위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몇 해 지내는 동안에 보철공의 권위가 되었고, 수인들의 모가비가

           되었다. 수인복을 새로 만들고 헌 털뱅이를 고치고 꿰매고 솜이불을 꾸미

           고, 또는 겨울옷에 솜을 두어 꾸미는 모든 일에 익숙해졌고, 또 그것들을
           절기에 따라서 미리 준비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들을 행정적으로 잘

           처리하는 데까지 익숙해졌다. 그래서 그런 일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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