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죽산조봉암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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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란 문자 그대로 생지옥
감옥살이니만치 고생이 얼마나 되더냐는 것을 묻는 일이 많은데 그것은
간단히 대답할 수는 없다. 자유가 무엇이며 얼마나 소중한가를 아는 사람
에게는 하루나 이틀이 아니라 일시 일각이라도 사람으로는 견딜 수 없는
노릇이 배가 고픈 맛을 아는 이라면 그것이 한 때 두 때가 아니고 몇 달 몇
해니 그 맛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힘에 벅찬 일을 하루 종일만 하고 나
도 사지가 쑤시고 몸살이 나는데 그것이 몇 달 몇 해라면 그 맛이 어떨까
상상할 수 있고 젊은이들이면 하루 이틀만 독방을 금해도 온몸이 몸살 난
것같이 찌뿌듯하고 좀이 쑤시고 신경질이 되는 법인데 그것이 하루 이틀
이 아니고 몇 달 몇 해라면 그 고난이 얼마쯤은 족히 짐작될 것이다. 나는
물론 그 많은 사람과 같은 사람이니 그 비슷한 경험을 맛봤을 것이다. 그
러나 나는 자유의 구속이라는 것 외에는 추위, 고생이 제일 컸다. 신의주
추위는 이름난 추위다. 그런데 수인들은 그 추위에 대해서 거의 무방비상
태다. 독방 마룻바닥 위에 얇은 거적 한 입을 깔고 이불 한쪽을 덮고 눕는
데 밤새 몸이 떨릴 뿐이지 푸근히 녹는 일은 거의 없다. 떨다가 떨다가 지
쳐서 잠시 잠이 오는데 그 잠든 사이에 슬그머니 얼어 죽으면 네모난 궤
짝 속에 넣어서 파묻는 것뿐이고 요행 죽지 않으면 사는 것이고 살면 징
역살이를 되풀이하는 것뿐이다.
나는 잡방에도 잠시 있어 본 일이 있었는데 1홉 5작방(서울식이라면 칸
반쯤 되는 방)에다가 17, 8명 내지 20명쯤 쓸어 넣어 놓으면 앉을 때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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