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죽산조봉암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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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사방 한 자 정방형 되는 걸레 감을 가지고 바늘로 가로세로 누벼 놓
은 일이다.
먼저도 이야기를 했지만, 동상으로 인해서 손가락을 여러 개 잘라 버렸
다. 그러니 그 손가락을 가지고 바늘을 쥔다는 것은 난사 중의 난사였다.
더욱이 신의주 겨울은 으레 영하의 추위고 독방은 바깥보다 더 춥다. 거
기서 그 손가락을 가지고 바느질을 한다니 그건 실상 말이 안 되는 말이
었다. 또 경험이 있는 분은 다 아는 일이지만 동상을 당한 부분은 특히 추
위를 타서 엄히 경계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즉시 피부 빛이 퍼렇게 되고
감각을 잃게 되며 조금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거듭 동상화해서 피부가 부
풀어 오른다. 그런데 거기서 그 손가락으로 바느질을 하라는 것이다. 그
러나 감옥살이라는 것은 그것을 해야 하고 하는 체 해야 되는 것이다. 형
리(刑吏)들도 그런 사정을 알아서 그런지 손이 시려서 걸레를 깁다 말고
팔짱을 끼고 앉아 있어도 일 않는다는 시비를 하거나 많이 하라는 독촉
도 아니 했었다.
한 육 개월 동안 독방에서 그 꼴을 하고 있으려니까 전옥(典獄)이 동정
인지 규칙인지 몰라도 밤에는 독방에 있고 낮에는 공장에 나가서 일하라
는 명령이 있었다.
독방에 혼자 앉아서 걸레와 씨름만 하는 것보다는 사람들 있는 공장에
나가서 일하며 지내는 것이 좋다고도 생각이 되어서 아무 말 없이 나갔었
다. 나가보니 그 작업이란 것이 보철공(補綴工)이라는 것인데 역시 바늘
을 가지고 걸레를 깁고 헌 털뱅이 수의복을 깁고 고치는 일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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