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2 - 죽산조봉암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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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처사도 있었지만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일으켜서 대중적 동원 운동을
하는 중에 소련 정부의 지시라 해서 신탁통치 반대대회를 열어놓고 신탁
통치 찬성 결의를 하게 한 것 같은 일은 전연 한국 사람의 상식으로는 상
상도 할 수 없는 어리석은 짓일 뿐 아니라, 민족을 배반하는 폭거였습니
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 ‘조선공산당’의 박헌영 등의 정치적 행동은 그 대
부분이 우리 민족의 감정과 이익을 무시하고 오직 소련의 지시대로만 움
직이는 소련의 주구(走狗)적 역할을 했을 뿐이었고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많은 구호를 함부로 내걸고 일시적 선동으로 일시적 효과만을 노리는 그
야말로 좌익소아병에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한국 청년의 대부분이 3.1운동 이후로 많이는 사회주의자가 되고
혹은 공산당을 조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은 한국 독립을 위한
사회주의고 한국 독립을 위한 공산주의자였습니다. 한국 민족을 버리고
한국 독립을 불고하고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를 생각한 일은 없습니다.
물론 독립을 하되 일부 특권층이나 일부 부자들을 위한 독립이 아니고 전
민족이 잘살고 전 민족이 행복스러울 수 있는 독립, 특히 노동자나 농민
이나 그 외에도 많은 근로대중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그런 독립이라야
한다는 것은 지금도 똑같은 이상(理想)이며 주장입니다. 그러나 내 나라
도 잊어버리고 내 민족도 생각지 않고 소련의 지시대로만 하는 것을 옳다
고는 생각이 안 됩니다.
(정태영·오유석·권태복 엮음, 1권, 1999: 389-390) 15)
15) 『신태양』(1957년 5월호)에 실린 「나의 정치백서」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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