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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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정혜란_열정2, 260×120cm, Oil on canvas
앵테르미탕(intermittent) 가 결정되는 관계로 모든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복지 혜택이 필요한 현실에 놓인 작가들은 기초생계 유지의 문제로 작업
창작인 예술활동지원 을 포기하게 되는 어려운 현실을 조금이나마 연명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작업을
멈추고 낮선 공모서 양식을 공부해 가며 수일 동안을 고군분투하여야만 한다.
다변화되는 사회 현상 만큼 공모서의 틀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며 웬만한 젊
김재덕(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은 작가들도 힘들어 하는 공모서 양식의 틀을 중견의 작가들이 제대로 메우며
작성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더 나아가 온라인 공모일 경우 전산망을 통
해 작성하고 발송하기 위해선 전산 전문가의 버금가는 실력을 갖추어야만 그
관문을 통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난이도는 대단하다. 최근 문화예술위원회
‘앵테르미탕(intermittent)’은 ‘휴지기’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창작예술인을 위 는 사업의 제안에서부터 사업비의 정산까지의 과정을 온라인으로 투명하게
한 복지 실업급여 제도이다. 1958년 프랑스 드골 정부시기에서 시행되기 시작 관리 하고자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e-나라도움시스템을 구축하여 2~3년간
하였으며 당시 국가상공업협회(Assedic)가 창설되면서 실업수당이 본격화되 시험 운영을 하였고 올해는 더욱 확대 적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었고 1969년부터는 영화·공연·방송 분야의 비 정기직 인력들을 대상으로 하 창작인 들은 이 시스템의 운영부분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로그인 단계에서부
는 현재의 실업급여 제도로 전면 확대 적용되었다. 2018년도 현재 약 12만명 터 이해할 수 없는 높은 벽을 느끼게 된다. 국가 문화예술위원회도 그러한 민
정도의 예술인이 이 혜택 속에서 생계 걱정 없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앵테 원을 받아들여 지난 2년동안 불편을 최소화 하고자 전담 콜센터운영과 시스
르미탕(intermittent)은 예술가가 수입이 단절되는 시기에도 생계걱정 없이 템의 개편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초기에 비해 다소 몇 가지 문제
마음껏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예술인 복지제도이다. 창작 예술 는 해결되어지고 있다. 앞으로 몇 년 뒤엔 더욱 편리해 져 지금처럼 전산입력
인이 일정소득이 있는 시기에는 수입의 일정부분을 보험료로 내고 수입이 없 의 어려움으로 그나마 얻어질 수 있는 일시적인 복지혜택을 포기하는 창작인
는 시기가 도래하면 한달에 약 2,000유로(한화 약 250만원) 가량을 실업급 의 수가 적어 질것으로 기대를 해 본다.
여 형식의 기초 생계유지 비용으로 지원을 받는 형식이다. 이미 50여년전부
터 프랑스 에서는 예술가라는 직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시, 공연, 영화 등을 문제는, 전산시스템의 불편함보다는 이러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공모형 지
행하는 과정 즉 창작의 과정을 생산 활동으로 인정하고 불규칙한 소득구조 속 원형태가 영원히 정착될까 우려스럽다. 물론,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고
에 일시적 또는 장기간 소득이 단절되어 창작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 있기에 한정된 예산 안에서 지원을 하자니 공모 형태로 창작인을 지원할 수밖
는 것을 방지해 주고자 실업급여를 제공하여 안정된 창작활동을 돕는 문화예 에 없는 불편한 정책임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한편으론 우리나라 행정 정책가
술 복지정책을 펼쳐 온 것이다. 들의 탁상행정으로 정착될 수도 있다는 노파심이 든다. 각 시,도 마다 문화재
단이 설립되고 국가 문화예술 지원시스템과 분화예술 관련 부처별로 창작인
매년 1, 2월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문화예술 행정정책 담당부서들은 이런저 을 선택하여 지원하는 행정가 주도의 현 상태는 진정 지원을 필요로 하는 어
런 문화예술 예산의 집행을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분주해 진다. 년 간 할당 려운 환경속의 창작인들 에겐 또 하나의 넘어야할 산일 수밖에 없다. 전문성
된 예산을 회기 내에 집행하고 정산을 받기 위한 한 해동안의 스케쥴의 출발 과 행정인력의 부족은 당연히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통한 예술적 창작활동
점이기에 유독 연 초인 이 시기에 대부분의 정책들이 공모사업 형태로 일시 에 대한 평가 보다는 행정가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평가서를 제시하고 그 칸
에 공지되면서 진행되는 혼잡스런 현상이 벌어진다. 이러한 광경을 수년간 지 을 다 채워 제출하게 한다. 창작인이 행정가등의 제도에 맞추어 평가를 받아
켜보고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창작인 들은 이 시기에 한해 농사 야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평가의 큰 비중은 지난 성과를 우선한다. 경력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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