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2019년02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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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좌) 1934년 봄, 처음 만나 급격히 친해진 에르제와 창 (우) 1981년, 브뤼셀에서 재회한 후, 만화 _푸른 연꽃_의 한 장면을~







          에스프리 누보                                       한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에 "유럽 만화의 아버지" 라고도 추앙된다. 고등학생
                                                        때 보이 스카우트에 입단하여 ‘호기심 많은 여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왕
        새로운 정신                                          성한 활동을 했다. 더 나아가 벨기에 전국에 걸쳐 발행된 보이스카우트 잡지
                                                        〈벨기에 보이스카우트〉에도 만화를 그렸을 정도로 탁월한 재능을 발산시켰
                                                        다. 이 무렵부터 이름의 머리글자를 거꾸로 한 이니셜RG의 불어 발음을 살려
         김구현(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Hergé(1907-1983)'라는 필명을 사용한다. 중등 교육을 수료한 에르제는 과
                                                        거 경험을 살려서 일간 신문인 〈20세기〉신문의 예약구독 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 무렵 에르제는 만화 실력을 더 향상시킬 필요성을 느껴서 벨기
                                                        에의 유명한 만화 학교인 ≪생 뤽 학교≫에 다닌다. 하지만 오래 다니지는 못
        2006년 12월 20일, 세계적 만화 거장 에르제의 100주년 탄생기념 전시가 ≪  하고 군 복무를 했고 제대 후 에르제는 다시 <20세기> 신문으로 돌아와서 이
        퐁피두 센터≫에서 개최되었다. 현대미술의 메카에서 회고전을 기획했다는 의        사 노베르 발레 신부에게서 실력을 인정받아 글 배치, 장식, 레이아웃, 도표, 초
        미는 곧, 20 세기 미술의 역사에서 ‘만화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대변해준다.    상화,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도맡게 되었다. 에르제는 용감한 소년 리포터 땡땡
        이 전시회는 ≪퐁피두 센터≫와 ≪에르제 재단≫의 공동 주관하여 추진되었고 ≪      을 주인공으로 그의 애견 밀루가 등장하는 모험 만화 『소비에트에 간 땡땡』을
        스튜디오 에르제≫에서 200여점이 넘는 오리지널 작품들 및 수백 점에 달하는      연재하기 시작한다. 이 만화는 당시 유럽에서 금단의 땅이었던 소비에트 연방
        관련 자료들을 협찬하여 성사되었다. 전시 구성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전개되      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에르제의 초기 땡땡 시리즈는 〈20
        었다. 1부에서는 에르제의 작가 생애에서 중요한 5개의 시대별로 진화 내역을      세기〉라는 신문과 신문사의 이사 노베르 발레의 성향인 가톨릭 극우 성향에
        구분하여 희귀 자료들을 소개하였고, 2부에서는 7개의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맞춰 만화가 전개되기도 했지만, 그 당시 유럽의 사회적 분위기는 제국주의적
        독창적인 스토리 텔링이 내재된 작품들을 배치하였다.                    입장을 옹호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에르제 스스로 자신이 극우적인 만화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훗날 이런 연재만화들은 유치한 반공
        에르제는 벨기에 브뤼셀 출신의 만화가다. '에르제'는 필명이고 본명은 조르주      만화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콩고에 간 땡땡』은 당시 벨기에 식민지였던 콩
        프로스페르 레미로 전해진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모았던 만화        고(현 콩고 민주 공화국)의 원주민들이 무지하여 백인들이 개화시켜야 한다
        『땡땡(틴틴)의 모험』시리즈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초기 유럽만화계에 막대      는 내용을 담고 있어 ‘백인 우월주의’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여 많은 논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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