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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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_한-영 상호교류의 해_를 맞이해, 2017년 수원시립IPARK미술관 전시에 참석한 줄리안 오피 (우) 도시인의 미니멀리즘 인물~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 등록되었다는 의미는 곧,
전 세계 조형미술 생태계에 작가 고유의 ‘개인 브랜드’를 정통 계보에 올림으로써
시장 경쟁력 및 인지도의 확장여부를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대 효과를 동반한다.
상대적으로 생략된 얼굴을 통해 표현된 도시인의 고독과 대비되어 공감을 준 시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ADAGP 글로벌저작권
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2000년 오피가 제작한 영국밴드 『BLUR』의 앨범 자켓 자】라는 점에서, ‘시장 가치 및 브랜드 경쟁력’이 확실하게 보장된 작가이다.
이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Blur기법은 특정 이미지 영역의 강조를 위해 ADAGP 글로벌저작권자 연합회 공식 사이트에 게재된 등록 페이지에서 주
배경화면의 초점을 흐리게 만드는 방법이다. 줄리안 오피는 점과 선으로 미니 지할 수 있듯이, 국내·외 미술시장을 막론하고 모든 ≪저작권≫의 수혜를 완
멀한 표현만 남기고 나머지는 색채로 채움으로써 멤버 각각의 개성들을 극단 벽하게 누리면서도 동시에 ≪추급권;재판매권≫의 특혜마저 싹쓸이 하고 있
적으로 강조하였다. 배경을 채운 옐로우, 블루, 그린, 핑크 네가지 색채는 멤버 는 ‘전천후 리베로형 작가’이다. 이는 일찌감치 넘쳐난 잉여인력 및 유통주조
각각이 다루는 악기를 통해 표출되는 유니크한 표현의 세계와 대비가 된다. 의 불균형으로 인해 동력에너지가 고갈되어버린 ‘국내미술시장’의 열악한 생
줄리안 오피는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화는 물 태환경조건과 맞물려, 소수 기득권층을 제외하고는 아예 투명한 ‘해외미술시
론 조각, 미디어 아트를 넘나들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교하고 사실적으 장진출’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한심한 국내 실정에 비춰볼 때 자못 시사하
로 ‘색칠하는’ 전통 회화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회화>로 자신만의 아트 브랜 는 바 크다. 게다가 영국은 작년 말에 확정된 ‘브렉시트 협정 타결’로 인한 영
드를 구축하였다. 이러한 성공의 저변에는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스승 ‘마 향으로 1947년부터 오늘날까지 유지해왔던 <유럽 연합>이라는 보호 망에서
이클 크레이크 마틴’의 가르침이 깔려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줄리안 오 벗어나 ‘경제적 독립체’를 실험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
피의 어록을 살펴보자. "마틴은 예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시켜준 사람. 구하고,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최악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검은
어린 학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권한을 준 스승이었다." 영국 백조’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증대되던 가운데, 낭떠러지에 몰려버린 영국 출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는 마이클 크레이그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 신 조형미술인들에게 ≪추급권;재판매권≫의 특혜가 유지된다는 낭보가 전
하여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였다고 한다. 그렇기 해졌다. 바로 이런 ‘비장의 카드’를 간직한 채로 전 세계를 누비는 줄리안 오피
때문에 줄리안 오피는 정통 예술가의 고정된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패 의 사례는, 수 차례에 걸쳐 눈이 먼 ‘재난지원금’을 퍼주느라 바닥이 드러난 재
션, 광고, 디자인, 애니메이션에 이어 심지어 홀로그램 기법을 도입한 렌티큘 정으로 인해 정작 지원이 절실한 대부분의 조형미술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
러 등으로 예술의 재료를 무한 확장해 낼 수 있었다. 을 고스란히 떠 안겨준다는 점에서, <정책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자못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줄리안 오피는 영국 출신의 정상급 현대작가로써 유럽의 주요도
1) 라틴어로 '만인을 위한'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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