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전시가이드2021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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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 <자작나무이야기_그여자의 숲1>                          김연화, <자작나무이야기_그여자의 숲2>









                          김연화–울림의 時전 4. 2 – 4. 29  국회의원회관 1층 아트갤러리 (T.02-6788-2296)








            일맥상통한다. 김연화 작가는 하반기에는  그림+시+사진이 들어갈 책이 준        구상과 추상의 절묘한 하모니, 자작나무의 인상
            비 중이며, 최근 트라우마와 미술심리치료로 국내 외에서 유명한 김선현 교수       김연화 작가의 최근작들은 나무대가 보이는 거시적인 풍경과 나뭇잎의 일렁
            의 저서 '자기치유 그림선물'에 한국을 대표하는 25인의 현대 미술가들과 함      이는 인상을 담은  추상 시리즈로 대별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 작가와 우리 모
            께 작품들이 소개된다.                                    두의 삶이 투영된 자작나무의 인상을 담은 것이다. 23회의 개인전을 통 털어
                                                            파란색으로만 아우른 전시가 4번 가량. 블루에 대한 선호도는 색감에서 오는
            자작나무의 편(編), 아낌없이 주는 울림의 미학                      청량감과 탁 트이는 느낌 때문이기도 했지만, 해가 뜨고 지는 30분을 사진으
            자작나무이야기로 24회의 개인전을 가진 작가에게 대문호들의 자작나무에          로 기록하며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빛나는 파란색의 하늘을 목도했기 때문이
            대한 기록들은 하나하나 작품의 에피소드로, 색면과 조형의지로 종합되었다.        다.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심연의 시간은 블루에의 탐닉으로 이어졌
            모티브로 자작나무를 선택했다는 것은 단순한 소재나 형식의 문제가 아닌, 자       다. 하지만 작가는 재료학에서부터 작화태도에 이르기까지 반성하며 재해석
            연과 삶을 어떤 방식으로 볼 것인가라는 가치관과 결부돼 있다. 작가는 인터뷰      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블루로 가득 찬 갈라진 팔레트를 보면
            에서 “알퐁소 도테와 무라카미 하루키, 헤르만 헷세와 톨스토이, 한국 근현대      서 “색에 대한 편식이 심했구나!”라며 탄식한 작가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다
            사를 관통한 백석, 고은, 도종환 등의 자작나무 이야기가 모두 작품의 동기가      양한 색의 인상 속에서 위로와 치유를 주는 다채로운 삶의 모습들을 담아내기
            된다.”며 “시린 겨울을 견디고 봄을 여는 생명들의 미세한 속삭임까지 품는 자     시작했다. 최근 선보이는 자작나무의 추상화과정은 칸딘스키의 표현성과 몬
            작나무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음률을 잘 아는 동반자인 셈”이라고 언급했        드리안의 단순화 과정을 떠오르게 하는데, 본질을 추구함으로써 자작나무의
            다. 응축된 삶의 시간이 켜켜이 올라앉은 작품들은 ‘관계의 하모니’를 중시하      안과 밖을 넘나드는 ‘경계허물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오롯이 혼자 있기 보다
            는 작가의 작화관(作畵觀)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작품의 특징은 미시적이면       는 함께 있을 때 빛나는 삶”, 작가의 관조어린 깨달음은 인간관계와 자작나무
            서도 거시적인 자작나무의 하모니를 심연에 머물게 하여 오랜 울림으로 기억        숲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숲의 인상은 사유에 따라 드넓은 하늘처럼 속
            되게 하는 것이다. 자작나무를 그리는 작가의 관심은 감상자(관람자 혹은 컬       깊은 바다처럼, 또 어느 날은 그 자체가 하나의 나무처럼 보일 수 있다. 겸손하
            렉터)에게 위로와 치유를 통한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시키는데 있다. 그런 점     게 펼쳐낸 자작나무의 위로와 휴식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기억과 삶의 일렁
            에서 볼 때, 작가 김연화의 ‘자작나무 이야기’는 작업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는 순간들이 파노라마 같이 되살아남을 느낄 수 있다. 타자를 위해 모든 것
            작품으로 위로 받았던 작가의 ‘수많은 오늘’을 자작나무의 품격으로 지켜낸 강      을 내려놓는 자작나무의 인상은 “이를 그리는 이도 닮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하고도 따뜻한 생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불에 탈 때 나는 ‘자작자작’ 소리부   작가미학으로 되살아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 벗삼아온 작가의 삶처럼
            터 혹한의 추위를 뚫고 나온 우아한 형상까지 ‘숲 속의 귀족’이라 불려온 자작     따뜻하고 조화롭게 자작나무의 울림을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나무는 사계를 품은 자연의 오늘과 영롱하게 빛나는 탁월한 색채 속에서 희생
            과 인고의 아우라를 부여한다. 고상하고 단아한 외면처럼 인고하며 내어주는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에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 속에서 이기적이지
            내면처럼, 김연화의 작품을 소장한 이들은 “좋은 기운 속에서 막혔던 일이 술      않은 함께하는 향기로운 삶을 살고 싶다. 자작나무 숲을 작품 속에서 어떻게
            술 풀리고 오해했던 관계들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이야기를 전한다.       가꾸고 풀어내는 것이 숙제가 아닐까 한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순간의 점을
                                                            찍기 보다는 칸딘스키처럼 색면과 어우러진 조화로운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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