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4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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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Zigou, ZigouShiva, 117x103cm, acrylic on wood, 1998 ©ADAGP
(우)최화정, Mama's Dream, 60.0 x 72.5cm, 한지에 수묵담채, 2022 ©ADAGP
커서 좋은 인연을 만나 혼례를 할 때에 한복저고리를 곱게 차려 입는다. 자신 든 존재와 사물에 영혼의 형태를 띠고 모든 영혼에 살고 있으며 그의 개입 없
의 이름보다는 누구의 아들, 딸의 이름에서 사위, 며느리의 이름을 얻는다. 최 이는 아무것도 존재치 않으며 무생물에는 내부에 시바의 기운이 깃든 영혼을
화정 작가의 대표작 『Mama's Dream』도 이러한 전통을 반영한다. 왜냐하면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며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가 채색된 결과물에 쥐어
그녀 자신이 어느새 며느리가 되고,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었고 아이들은 꾸준 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히 성장하기 때문이다.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전통적인 우리 문화를 이어 나가
며 그때마다 그리움의 감정이 밀려들게 마련이다. 조선시대의 중전마마의 복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최화정 작
장을 하고 있는 어머니와 현대적으로 세련된 옷을 입은 어머니는 의복만 바 가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본 바탕을 희게 한 후에 비로소 가능하듯,
뀌었을 뿐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사람의 외로움과 그리움은 계속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도 본 바탕을 바르게
된다. 마치 작가의 작업들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역사가 반복되듯 그 한 후에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삶에 있어서도 예술에 있어서
리움은 순환한다. 자신의 예술세계에 중요한 영감을 주는 소재로 어머니를 들 도 <회사후소>의 마음으로 진행해 나아가야 하겠다고 결심한 바 있다. 따라
었으며 그것은 때로는 자아로써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상이 되기도 한 서 최화정 작가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물화』 위주로 자연환경을 벗하면서
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동양미학 수업에서 들은 <회사후소> 라는 사자 작업을 진행하고 싶어한다. 더 깊이 들어가면, ‘한국적인 문양’에서 작업의 방
성어를 기억한다. 글자 뜻대로 풀이하면 '그림을 그리는 일은 먼저 바탕을 손 향을 착안해 나아가기를 원한다. 그녀가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동양화』의 전
질한 후에 채색한다’는 뜻이다. 공자의 제자 자하가 “흰 비단으로 광채를 낸다” 통을 이어 나간다는 측면에서 예상해 볼 경우, 그 과정에서 동•서양을 아우
고 잘못 알자, 공자는 자상하게 “그림 그리는 일은 먼저 바탕이 있는 뒤에 색 르는 창의적인 부분까지 모색한다면 현대미술에서도 결코 빠지지 않는 하나
을 칠해 다듬는 것”이라 알려준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공자의 말은 '동양화에 의 장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문화가 글로벌 무대로 나아
서 하얀 바탕이 없으면 그림을 그리는 일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소박 가는데 동참하며, 자신이 설정한 방향으로 작업을 계속 진행해가는 와중에서
한 마음의 바탕이 없이 눈과 코와 입의 아름다움만으로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역동적인 분위기의 작업실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내야 될지 때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최화정 작가의 독창적인 작풍 는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간다는 점에서 무척 설레기도
에 주목하다가,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여성 중심의 조형 작품을 한다. 아무쪼록 최화정 작가가 스스로 다짐하듯이 결국 ‘평면회화’라는 단순한
통해 인간의 아름다움-영성-페미니즘 등의 주제를 신비감 넘치는 <감성 언 작업을 실천하면서도 재료에 막힘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사용하되 각 그림
어>로 번역해 묘사하는 여류화가 Zigou와 유사한 점을 발견했다. 그녀의 대 에 따라 맞는 재료들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여 잘 표현되어 정밀하게 완성
표작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넣어 제목을 붙인『ZigouShiva』는 인도 신화에 등 되는 종착점에 이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모름지기 최화정 작가가 Zigou
장하는 신을 은유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Shiva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남 와 마찬가지로 행동하는〔ADAGP 글로벌 저작권자〕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
성 신으로 비슈누, 브라흐마와 함께 힌두교의 3대 신 중 하나이며 그 중에서 해서는 그녀의 작풍에 ‘정체성’을 부여해야 한다. 아무쪼록, 박정화 작가가 위
도 파괴의 신이다. 이름인 시바의 "Shi"는 안에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것을 의미 에서 언급했던 브라흐마가 모든 존재를 창조하고 창조물들의 장수를 결정하
하며, 같은 3주신인 비슈누처럼 무려 1000여개 이상의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는 역할을 하는데 이어, 또다른 절대자인 비슈누가 생명을 부여하고 모든 존
한다. 자연의 변화와 재생, 욕망과 물질, 보호, 재탄생, 자비의 신이고 창조, 유 재의 운명을 부여하는 주류 과정을 관리한다면, 결국 시바는 모든 존재가 스
지, 파괴의 영원한 순환 과정을 상징하며 그가 추는 고유한 춤인 ‘탄다바’는 우 스로의 책임을 알게 하여 그들의 운명에 도달하기 위해 행동하게 만든다는 각
주의 리듬과 주기를 상징한다. 어쩌면 최화정 작가가 제시한 <회사후소>라는 오 하에 ‘새로운 정신’에 의한 채색 작업을 완료하는 어머니인 한편 또한 그녀
명제를 풀어내는 담론의 열쇠는, Zigou가 손질한 바탕으로서 Shiva가 전 우주 자신이 되어 주기를 절실히 바랄 뿐이다.
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의 원인이자 기원이고 우주에 존재하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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