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2019년08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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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relation_19074, 45×37cm, 아크릴                    relation_19073, 116×91cm, 아크릴








                            2019. 8. 8 – 8. 14 아트스페이스퀄리아(T.02-379-4648, 평창동)










         선을 그리다 – Relation                              던 연꽃보다 그를 뒷받침하던 말라버린 연대, 또는 연 줄기의 모습은 보통 시

        김미숙 개인전                                         각적 관념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칸트는 ‘미적 이념’의 특징에 대해서 어떤
                                                        것에 대한 적당한 개념의 가능성을 배제한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상상력의
                                                        재현이라고 하였다. 작가는 연꽃도 떨어지고 연잎도 다 시들어 사라져버려 마
                                                        른 몸뚱이만 앙상히 드러낸 줄기에서 해방감을 느꼈다한다. 너무 슬퍼하여 몸
        글 : 임상완 (미술평론, 조형예술작가)
                                                        이 바싹 마르고 뼈가 앙상하게 드러남을 훼척골립(毁瘠骨立)이라 한다. 단장(
                                                        斷腸)의 아픔은 종종 들어 보았겠지만 훼척골립이라니 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
                                                        겠지만 다시 또 올 봄을 기다리며 맞는 겨울과 이제는 다시 맞이하지 못 할 봄
                                                        을 떠 올리면 수긍하리라 생각한다. 앙상한 줄기이지만 연 뿌리는 또 다시 다
        진흙에 있어도 맑고 아름다운 본성을 간직하며 청정과 정화의 상징인 연꽃의        음 봄을 기다리며 슬픔을 갈무리하고 수면에 비친 모습에서 만개(滿開)의 잔
        개화 시간은 단 3일 정도에 불과하다. 셋째 날 오전에 이르러 꽃잎을 한 개씩     영을 온 몸으로 지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떨어트리며 꽃의 시간을 마감한다하니 연꽃들의 짧은 흐드러짐은 느낌에 상
        관없이 시간은 그저 흐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2009년 5월 경남 함안 성산산성에서 700년이 넘은 연꽃 씨앗들이 발굴된다.
                                                        고려시대의 이 연꽃 씨앗들은 시간을 거슬러 초월하듯 다음 해 칠월칠석날
        김미숙은 요즘 연(蓮)에 빠져있다. 강렬한 첫사랑의 느낌처럼 잊혀지지 않는       그림으로만 봤던 고려의 연꽃을 찬연히 피웠고 함안 지역이 본래 아라가야
        다 하니 혹여 연애하는 청춘의 기분을 다시 만끽하는 것인가 했는데 그것이        가 있었던 곳이어서 ‘아라연꽃’으로 명명되었다.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연꽃도 아닌 말라버린 연 줄기라니 생소함과 함께 궁금증을 불러들이게 한다.       봄이 되어서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듯이 자연의 섭리를 따라 본래 시절에 피
        외로운 마음 달래려 언니가 있는 경주로 훌쩍 떠나듯 다녀온 여행에서 작가가       고 지던 이 아라연꽃에게도 수면위에 앙상하게 남은 연 줄기들과 그 뿌리가
        가져온 것은 경주 월정교지에서 바라 본 안압지에 있던 그 무엇이었다. 수면       있었을 것이다.
        가득 반짝이는 햇살 속에서 이리 구부러지고 저리 비틀려버린 마른 연대들이
        귀여워 그만 잊지 못하고 화폭에 담아 버린 것이다.                    김미숙 작가가 가져온 연 줄기들은 무엇일까? 경주 안압지의 그것인가? 아니
                                                        면 작가의 미적 이념이 투영된 상상력의 자락들일까? 예술의 언어는 그것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연 혹은 연꽃이라는, 개화하고 만개하여 절정에 이르렀      표현성과 풍부한 함축성 안에서 추상적인 사유의 한계 너머에 존재하는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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