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전시가이드 2020년 03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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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Secret garden 163×163cm acrylic on canvas 2018 wind garden 122×122cm acrylic on canvas 2019
2020. 3. 16 - 4. 3 비디갤러리 (T. 02-3789-3872, 명동역 3번 출구 앞)
비밀의 정원 운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림들은 그가 자연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충
김상열 개인전 분히 이해된다.
김상열은 ‘신비로우면서도 경외심 가득한 자연의 미감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
으로 화면에 옮길 수 있을까’였다. 그의 선택은 붓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신묘
글 : 김윤섭 (미술평론가,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감성의 일명 ‘그림자 회화’는 단순하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완성된다. 감상자들은 김 작가의 작품을 보며 한국화의 먹
자연은 인내심 강한 예술가다. 억겁의 시간이 녹아든 창조물이 곧 자연이다. 그림인지, 사진 혹은 판화 기법인지 헛갈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캔버
김상열 작가는 바람의 흔적으로 그 자연을 그린다. 동양철학에선 마음과 사 스 바탕에 아크릴 물감으로 완성 수작업의 결과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물의 하나 된 기운을 ‘심물합일(心物合一)’이라고 한다. 자연의 도(道)가 곧 마 ‘붓을 놓고 버텨낸 창의적 인내심’의 보상이다.
음의 도인 셈이다. 그래서 김 작가의 회화 작품은 자연을 바라보며 사유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제안이다. <비밀의 정원> 시리즈의 제작 과정 첫 순서는 바탕 작업이다. 캔버스 물성이
사라질 때까지 표면을 곱게 처리하고, 어두운 바탕색을 여러 번 덧칠한다. 그
자연은 적어도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고 미술 형식이 생겨난 출발점부터 함 위에 자연에서 채집된 오브제(대개 여러 종류의 이파리나 여린 나무줄기)를
께하고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은 그 자연의 모티브를 나름의 방식으로 옮기 원하는 형태가 나올 때까지 연출해 올려놓는다. 이 과정이 끝난 후 오브제가
려 독창적인 조형 어법을 만들어 왔다. 김상열 작가도 마찬가지다. 김 작가는 놓인 화면에 흰색 물감을 분무(噴霧)해 지워 나가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면서
2008~2009년 이후 <바람의 정원(Wind Garden)> 혹은 <비밀의 정원(Secret ‘가장 자연스러운 형상’을 얻어낸다. 가까운 주변 자연환경에서 채집된 이파
Garden)>이라는 작품 제목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그림은 마치 창 리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또 다른 생명을 얻는 과정이다. 마치 안개 낀 비밀스
호지 너머로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지켜보는 것처럼 볼수록 부드러 런 정원에 초대된 듯 미묘하고 몽환적인 장면이 곧 김 작가의 ‘그림자 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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