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0년 05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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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열정B 117×73cm Acrylic on canvas
추상회화의 명맥을 이어가는 을 두고 맥을 이어 나타나는 회화장르의 자연스런 발현으로 본다. 추상이라
는 관념을 처음 체계화한 것은 큐비즘(cubism)에서 시작된다. 대상을 다양한
서양화가 정 혜 란 시각으로 관찰하며 분석적이고, 구성적인 면의 분할과 입체면에 대해 기하학
적으로 파악한 것이 이 운동이었다. 들로네의 오르피즘(orphisme) 이나 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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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안의 데 스틸(De stijl) , 그리고 오장팡(Amédée Ozenfant)과 르 코르뷔
김재덕(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지에(Le Corbusier)의 퓌리슴(purisme) 도 모두 큐비즘의 이념에 근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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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에서 추상미술은 명백히 관념의 미술표현이며, 엄밀한 의미에서 오너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는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로 ‘색면 먼트(ornament) 와도 구별되어야 한다. 추상미술에는 순기하학적, 주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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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이라 불리는 추상표현주의의 선구화가로 거대한 캔버스에 스며든 모호 적 경향과 낭만주의적, 표현주의적 경향이 있다. 순기하학적, 주지주의적 경
한 경계의 색채 덩어리로 인간의 근본적인 감성을 추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향은 들로네와 몬드리안 등을 이야기 할 수 있고, 낭만주의적, 표현주의적 경
했다. 그의 작품은 극도로 절제된 이미지 속에서 숭고한 정신과 내적 감흥을 향은 칸딘스키와 클레 등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시 명명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로스코의 그림을 보면 커다란 화면 속에서 심성 깊 (命名)된 ‘뜨거운 추상’이 표현주의적이며 격렬한 색채의 약동을 추구하고, 한
은 곳으로부터 이끌어 올려내는 색채의 단순한 구성을 통해 감상자들 저마다 편 ‘차가운 추상’이 이지적(理知的)인 공간을 추구하는 것을 보아도, 추상미술
의 마음을 자극하는 힘이 작용됨을 느낄 수 있다. 때론 차갑게, 때론 포근하 이 지성에 중점을 두는가, 감정에 중점을 두는가에 따라서 크게 나누어진다
게 다가가는 힘이 단순한 색만의 느낌으로 몰입을 하게한다. 화면의 구성역 는 것을 알 수 있다.
시 캔버스에 올려지는 작품 프레임의 여백이 꽉 차있던, 비어있던 간에 그것
이 부족함이 아닌 편안한 느낌들로 완성의 가치에 이견이 없다 하겠다. 시대 반대론으로는 정형화하고 아카데미즘화한 기하학적 추상에 대한 단순, 심플
를 앞서간 로스코의 작품을 통해 지금의 감상자들도 단순한 색의 패턴 나열 함에 대한 반동으로 제2차 세계 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서정적 추
이 아닌 심성 깊은 곳을 자극하고 일깨우는 관념적인 새로운 이데아(idea)를 상 회화의 한 경향인 엥포르멜 [informel]이 비정형 미술의 가치를 앞세우며
발견하고 그 느낌들을 얻어 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점을 공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엥포르멜의 이러한 무형파ㆍ비정형파는 또 다른 감
감 하여 보게 된다. 상의 가치를 가지는 추상 표현으로 상호 우월성을 견주는 자체가 무의미 하다
하겠다. 부정형주의(不定形主義)는 현대 미술에서 나타나는 추상 회화의 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단순함이 형식으로 작품 제작을 할 때 이지적인 사고방식을 피하고, 우연의 효과를 바
궁극의 정교함이다)고 말하였다. 추상회화에 있어서 몬드리안과 같이 기하도 탕으로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형적 단순함의 가치를 추구한 화가를 빼 놓을 순 없을 것이다. 그 심플(simpl)
함 은 로스코의 작업이던 몬드리안의 작업이던 추상표현이라는 하나의 원천 정혜란서양화가는 색채의 절제와 기하각적 도형들의 운집으로 작가만의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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