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0년 05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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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C 117×73cm Acrylic on canvas
창적인 세계를 오랜시간 작업해오고 있는 추상회화 표현작가이다. 동질의 색 추상표현의 세계를 감상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으로 정의 하여 규정지을 순 없
채와 함께 하는 캔버스의 기본적 구성은 지금까지 화두로 열어본 미니멀 아트 다. 하지만 평생을 창작활동 속에 열정을 다한 작가의 감성은 다양한 언어와
(minimal art)의 근접성으로 볼 수 없지만 피에트 몬드리안과 마크 로스코의 표현의 감흥으로 전달 받을 수 있다. 한국의 화단에서 묵묵히 이어지는 추상
적절한 혼합표현으로 색과 도형의 미학을 추구한다 할 수 있다. 회화 작가들의 열정이 있기에 우리화단의 감상의 세계가 더욱 풍성해지고 큐
비즘으로부터 발전되어진 오늘날의 추상회화 세계가 그 명맥을 이어져 가게
‘열정’시리즈로 이어오는 작가의 창작 활동은 그 표현이 물적(物的)·객관적인 되는 점에서 정혜란 작가의 창작의 세계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대상을 표현함을 떠나, 주관적 순수 구성을 표시하는 작업의 과정을 보여준
다. 열정시리즈는 원시세계의 토테미즘(totemism)을 연상케 하는 기호 또는 “예술작품은 명확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자 등의 형상들이 서로 충돌하며 복잡한 관계를 형성한다. 다양한 표정의 오히려 너무 명확하다면, 예술 감각이 결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하도형들의 운집은 제각각의 다른 표정이나 하나의 화면에 어우러져 이지 -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
적인 상상의 세계를 감상 할 수 있도록 하여 준다. 몬드리안의 ‘컴포지션A’ 작
품이 미니멀의 절제된 표현임을 볼 때 정혜란 화가의 조각편들은 그 범주를
넘어 조금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이끌며 다양한 표정으로 다가오게 된다. 추상 1)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회화운동. 프랑스의 화가 R.들로네가 대표자이다. 원래는 그리
스의 오르페우스교(敎) 사상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뒤에 회화에서 입체파로부터 발전한 한
적 절제 측면에서 다변화하는 작업의 과정이 더해짐은 정혜란 작가의 독창성
경향의 명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을 가지게 하였음 이다. ‘열정B’와 ‘열정C’작품에서 표현된 문자 형태 혹은 기
하 도형의 운집 외의 여백의 표현은 동서양의 가치를 하나의 화면 속에 어우 2)몬드리안과 반데스버그, 리트벨트 등이 모여서 만든 잡지의 이름에서 유래한, 네덜란
러지게 한다. 미니멀리즘의 조각편들이 각양각색의 이성적 세계를 이야기 한 드에서 생겨난 신조형주의 운동으로 추상 미술의 한 유파. 개성을 배제하는 주지 주의적
다면 캔버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유로운 여백의 공간 표현은 동양의 감성적 추상 미술운동으로 데스틸의 디자인적 감각은 색의 사용보다 색면 구성을 강조하여 구
성에 있어서의 질서와 배분이 중요하다. 강한 원색 대비를 통한 비례를 보여 주는 몬드리
정신을 가지게 하여 준다. 정혜란 화가의 열정시리즈는 표현의 주관성을 억제
안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하고 그것이 알 수 없는 조각편들의 놀음으로 잇게 하여 관념적인 세계로 안
내하는 추상회화의 요소를 압축하여 창작되어진다. 정혜란 작가의 ‘열정’ 연 3) 순수주의, 건축적인 간결함과 기계가 가진 본질적 기능성을 기초로 한 회화와 그 밖에
작은 표현 수단을 최소한 소극적으로 사용하여 그 조각편을 잇는 과정에서 의 순수조형언어 예술에 나타난 예술사조.
도치 않은 화려함이 미로와 같은 복잡함으로 연결되어 미니멀리즘을 넘어 보
4) 건축물이나 물건에 달린 개개의 장식, 그 형식이나 모티브를 말한다.
다 복잡하고 화려한 세계를 감상 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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