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0년 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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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이태훈의 Parallel Space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Parallel Space No.44_25x60cm_C-print_2020






        빛이 있음으로 대상을 시각적으로 인지하지만 그       첫 시도이다. 앞으로는 각각 프레임의 크기와 위치     시성: 무형의 본질>(Invisible Visibility: Intan-
        대상은 프레임 안에서만 이미지로 존재한다. 만질      (순서)가 랜덤하게 조정될 것이다.             gible Nature)에 가깝다.
        수도 가질 수도 없는 대상의 본질에 대한 고민에서                                     <비가시적인 가시성: 갇힌 실제>는 내가 정한 제
        출발하여 본다는 것의 의미를 질문하는 이태훈 작      Parallel Space 시리즈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목으로, 그때까지는 내가 세상을 프레임 속에 넣
        가를 만나 작품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어지고 있는데 그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무      었다고 생각해서 Framed Reality라고 명명했다.
                                        엇인가?                            <비가시적인  가시성:  무형의  본질>도  적절하고
                                        세상을 보는 것이 바뀌었다. 나이도 먹었지만 공      멋지다.
        Parallel  Space에서  No.44처럼  하나의  이미지   부의 폭과 방향도 달라졌다. 어렴풋하던 것들이
        혹은 No.56처럼 몇 개의 컷으로 구분하는 것의     또렷해졌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홀가 카메라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다. 전문작가로
        차이는 무엇인가?                       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공간에 대한 생각이 아주 많    서 이들의 사진찍기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조언을
        결론적으로는 같다. 이 시리즈 이미지들의 특징은      이 바뀌었다. 지금도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바뀔      해준다면?
        연결과 분리이다. No.44는 프레임 안에서 일어나    것이다. 시각적으로는 이미지가 옅어지며 단순해       홀가 카메라는 장난감 카메라로 분류된 만큼 기본
        고 No.56은 물리적으로 프레임을 밖으로(벽까지)    지고 있다.                          카메라 성능을 기대하면 안되고 왜곡이 심하다. 재
        확장한 것으로, 이어지면서도 떨어져 있다. 대부                                      미로 한두 번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 처음 사진을
        분의 관객들은 제목 때문인지 이 시리즈를 공간       매체 조작의 우연을 통한 이미지 표현에 중점을       배우는 분들한테는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관련 이미지로 인식한다. 언어적으로는 시공간이       두는 이번 작업과 기존 작업들과의 차이점은 무       카메라의 특성과 렌즈의 왜곡을 이용할 수 있으면
        라는 것을 분리해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엇인가?                            일반 카메라에서 할 수 없는 재미있는 이미지를
        제외한 공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      50이 넘으면서 편안해진 것인데, 작업 시 제약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따라서 일반 카메라를 충분
        나 물리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그동안은 No.44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 자신으로부터도      히 익힌 다음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한 가지
        처럼 하나의 프레임 안에 겹쳐 찍기를 이용하였는      아주 자유롭다. 과거에는 우연보다 내가 제어할 수     는 홀가 카메라의 렌즈가 플라스틱이었는데 얼마
        데, No.56에서는 물리적으로 분리를 시도했다. 5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그런 것에 크     전부터 유리도 출시되고 있다. 플라스틱 렌즈는 렌
        개로 분리된 이 작품은 하나의 이미지를 5개의 독     게 신경 쓰지 않는다. 또한 시각적인 완성도나 조     즈마다 특성이 조금씩 달라서 보다 홀가다운 감성
        자적인 프레임으로 나누어 한 개 혹은 다섯 개가      화미처럼 이전 작품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       을 나타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합쳐진 이미지로도 활용된다. 프레임 분리를 시도      에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 말하자면 머릿속에서 계
        한 이유는 실제적인 시간을 좀 더 직관적으로 시각     산하지 않고 몸이 반응하는 대로 두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화하기 위함이며, 또한 이 작품의 궁극적이 목표인                                     외부 강의는 줄이고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
        시공간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체험      이전 작품비평의 제목인 <비가시적인 가시성: 갇      진과 영상작업, 전시기획, 글쓰기까지 다양한 작
        하는 그 순간에만 인식 가능하고 이 또한 사실과      힌 실제>(Invisible Visibility: Framed Reality)  업을 병행하고 있다. 언제가 이들이 전부 합친 형
        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는  꽤  적절하다.  개인적으로는  <비가시적인  가  태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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