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0년 9월호 이북
P. 37

의 작품제작은 그 개념의 확인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며 미술에서 개념의 중
                                                                              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에게 개념이란 깊고 심
                                                                              오한 어떤 주제가 아니라 제작의 실행과정을
                                                                              가능케 하는 기초적 언어, 규칙, 논리 등을 의
                                                                              미하는 것이었다. 화가 김형식은 화려함이 묻
                                                                              어나는 구상표현의 직접적인 시각적 이해보
                                                                              다는 사유하고 소통하는 개념의 관점에서 그
                                                                              만의 언어유희를 꿈꾸며 창작의 열정을 태워
                                                                              나가고 있다.

                                                                              “그의 회화는 단순성과 단일성, 반복성과 즉자
                                                                              성, 사물성을 모두 닮아있다는 점에서 현상학
                                                                              적 환원의 어법을 따르는 미니멀이다.  ‘체험
                                                                              적 확장성’의 측면에서 그의 회화는 캔버스를
                                                                              지지체로 사용하지만 공간과 작품의 관계 그
                                                                              리고 관람자의 시선을 고려하는 전시형태를
                                                                              감안할 때 환경성, 중성적 내부성 등을 담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역시 미니멀의 특
                                                                              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다원적 인식
                                                                              소의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미니멀로부터 그
                                                                              와는 다름으로 탈주하고자하는 김형식의 의
                                                                              지를, 뉴 미니멀로 이주하고자하는 인식소를
                                                                              반영한 조형소에서 발견하였다. 그의 화면은
                                                                              무수한 반복으로 이루어지지만 결국은 비움
                                                                              을 나타낸다.”
                                                                                 - 조명식 철학박사(김형식전시서문중) -

                                                                              서양화가 김형식의 미니멀회화는 무위의 자
                                                                              연적 사상에 근거한 물질의 사유에 대한 의도
                                                                              하는 조형언어로 표현된다. 또한 작가관을 통
                                                                              하여 현대시대의 삶속에 비움과 상생의 의미
                                             New Minimal-RW1969, 65.1×50.0cm,  Mixed Media, 2019
                                                                              를 소통하고자 한다. 결국 인위적 손길이 철저
                                                                              히 배제된 자연이란 물질주의에 속박치 않은
                                                            깊은 심성을 간직하는 삶을 추구하는 학문적 소통을 가지는 정신세계라 할 수
            “자연에 대한 사유(思惟)와 정신적인 사유의 세계를 하나의 존재(存在)로 일      있다. 그는 물질과 사유를 두 개의 독립된 실체가 아닌 자연적인 필연에 의해
            체화하여 색면회화로 표현하였으며, 화면에 등장하는 색면은 세계, 자연, 우       섞여 공존하는 하나의 지속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화가 김형식이 자신만의
            주등 대상의 단면을 나타내고,  입체적인 원형 또는 네모는 사유에 대한 나에      조형언어로 귀결하고자 하는 뉴 미니멀은 선대화가가 이어준 형(形)과 색(色)
            함축적인 언어표현이며, 색면의 테두리에 나타나는 번짐은 만물(萬物)과 공간       에 대한 표현의 기법적 발전을 이루고자 함이 아닌 인간의 삶 속에 가치부여
            과의 통합을 시도하는 관계성으로 이어진다. 즉 작품공간에서 드러나는 이미        를 하고 그를 사유 할 수 있는 필연의 창작이 지속성을 가지는 학문의 소통에
            지들은 노장사상의 무위자연설을 연상케 하는 정신적인 사유의 세계를 표현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려고 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뉴 미니멀(new minimal)로 표현 하는 것이
            나의 원초적인 작품세계이다.“                                미술인으로 후학양성을 위해 많은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며 화가라는 창작
                                                                             - 김형식 작업노트 -   의 한길을 걸어왔던 김형식은 그동안의 미술계의 안,밖의 다양한 동정을 이어
                                                            온 참여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활동과 함께 미술행정가로의 발전을 모색하
            색면화가의 대표적 입지를 가진 마크 로스코(Mark Rothko)는 재현적인 주    고자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어느덧 36년 지기가 된 김형식은 평소 말
            제보다는 형태, 공간, 색채 등의 형식적인 면을 탐구하여 캔버스에 커다랗고       수적은 인품과 순수함을 잃지 않은 정직함으로 미술계 동료 선, 후배의 두터
            모호한 색면과 불분명한 경계선을 표현함으로 현대 추상미술에 직접적인 영         운 신임을 얻고 있기에 새로운 도전에 희망을 가져 본다. 하지만 미술행정의
            향을 주었다. 화가 김형식은 이러한 형태, 공간, 색채에 자연의 언어를 이용      길이 순탄치 않고 쉽지 않음에 그의 결의 찬 비장함이 조용한 대화 속에 가슴
            한 인문학적 견지의 창작활동을 통해 미적사유를 공유하고자 한다. 또한 그        속 깊이 전해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조형언어로 삼고 있는 무위자연의
            린다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었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한계점을 넘어서고         순수함을 지속성으로 간직 한 채 창작활동이 함께 사유되며 새로이 출발하는
            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미술의 지배적 사조로 만드는데 기여한 대표적 개        행정가의 길이 밝게 열릴 수 있기를 기도해 준다.
            념미술가 솔 르윗(Sol LeWitte)이있다. 그는 작가란 개념의 생산자로서 실제


                                                                                                       35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