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0년 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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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2013년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이너리 라벨디자인 작가로 선정된 이우환 화백 ⓒADAGP









        전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권리 발생’의 시점만을 놓고 객관적 잣대를    술생태계의 실체를 은유적으로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마치, 광활한 망망
        들이댄 것에 불과하고, 오로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당사자와      대해와도 같이 시야가 불확실하고 전망조차 불투명한 ‘글로벌 미술시장’ 속을
        피 당사자간의 의견이 대립 되었을 경우에 각 개인의 친권 적용에 따라 ‘법적      정신 없이 헤쳐나가다 보면, ‘블랙 스완’이라고 명명된 폭풍우가 시도 때도 없
        소송’을 통해 권리의 주체가 복잡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따라서 유      이 불어 닥친다. 그 와중에 이리저리 방황하며 기우뚱거리는 난파선(국내작
        사한 사례로 인한 양자간의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개입되지 않는 이상 구태        가)들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하나 전부 미끈하게 잘빠진 ‘요
        여 ‘제3자’는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중      트’들이다. 승선(작품 구매)한 승객(고객)들은 고작해야 몇 명에 불과하다. 여
        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을 수도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미      기에다가 아무리 떠돌이 마도로스(독학 화가)라 할지라도 사회적으로 대접받
        술생태계에는 학연-지연-혈연으로 똘똘 뭉친 공동체를 조직하면서 내부 조         는 풍토에 익숙한 타국 선주(화랑 주)들조차 마냥 부러워한다는 ‘정식 면허(학
        직원들간의 유사성을 담보로 무소불위의 철통 같은 ‘인위적 장벽’을 구축해왔       위 디플롬)’와 완벽한 질서 체계를 계승한 ‘도제 시스템’ 덕분에 갈고 닦은 ‘실
        다. 그 잘난, 전통과 역사에 빛나는 <미술인 동아리>들이 기어코 [저작권]의     력’을 겸비한 우리 선원들의 견고한 기량은 세상 어디에 내어놔도 가히 기죽
        잠재성을 외면한 채 ‘개인의 고유성’을 말살 시키는데도, 오히려 지당하다는       지는 않을 정도. 다만, 그들에게는 누비고 다닐 내해(내수 미술시장)의 규모가
        듯 대를 이어서 원로 급 리더에게 충성을 다짐한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를 통    좁디 좁을 뿐이다. 더군다나, 선배 선원(원로작가 단체장)들의 허세와 텃세로
        해 예술세계를 교감한다는 미명하에 회원들의 보상기대 심리를 최대로 이용         인해 쌓인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전히 대형 ‘크루
        한 소위 ‘나눠먹기식 계모임’을 용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끝없는 악순환이 되       즈 선박(블루칩 작가)’들로 흐르고 넘치는 선진 외국계 배들은 코로나 위기에
        풀이 되어왔다. 심지어 그 극성의 소용돌이를 벗어나 자신을 고독하게 변방        도 완벽하게 적응한 채로 다양한 계층의 정예 선원들과 승객(미술수집가, 투
        으로 몰고 간 일부 의식 있는 국내 미술인들의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마저 위       자자)들을 가득 싣고 오대양 육대주(국제미술시장)를 거침없이 누비고 다닌
        축시켜 왔다. 그 뿐만이 아니다. 특히 【저작권법】 제4조 4항과 5항을 통해서    다. 과연 우리들의 작지만 세련된 ‘요트’를 운행하는 선원들은 어떤 전략으로
        도 주지할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장르의 ‘미술저작물’을 명시하고 있지만, 각     이들과 맞서야 저돌적인 대형 크루즈 선박들과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분야간의 경계나 등급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암리에 영역       있을 것인지. 결국 이 거친 파도에서 생존할 개연성(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의 보수적인 순위가 매겨짐으로써, 일반 대중에게 고상한 인상을 심어줘도        이미 다 닳아빠진 기존의 돛(학맥-인맥)을 당장 내려버리고 과감히 새로운 돛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예술인들끼리 이따금씩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빌미로         (지식재산 브랜드)으로 바꿔 달아야만 한다.
        퇴적된 편견과 배타적인 우월성만을 부각시키는 ‘헤게모니 전쟁’이 벌어지기
        일쑤다. 일단 이상에서 열거한 결점들을 분명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우리 미       b. 국내 조형미술저작권 단체의 로열티 지급 현황과 불균형 요인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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