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0년 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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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당 작가들에게 지불한다고는 한다. 하지만, 이러한 ‘특혜’를 누리는 작가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 이상 통계 수치로 잡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도대체 무슨 이
        유로 엄청난 인원의 작가들이 둥지를 튼 <미술생태계>는 다른 분야에 비해 이토록 ‘불균형’ 현상이 극심하게 벌어지는 것일까? 오로지 자부심으로 존재의미를
        부여하는 미술인들에 대한 프라이버시 존중상 그 요인을 단적으로 싸잡아 설명하기에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골간의 맥을 자세히 정리해보면, 결
        국 그 이면에는 명예를 바탕으로 하는 ‘자존 감’ 보다는 근심에서 싹튼 ‘자존심’이 더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입을 모아 공감하
        는 한국인들의 ‘민족성’은 이러한 특성과 유사한 일면을 보인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대개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 무조건 고급지향적으로 몰아가는데 반해
        일반사회에서는 자신의 ‘이름값’을 내 실제역량과 상관없이 저급하게 평가할 경우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확신한다. 결국 내가 생각하기에 나보다 못한
        남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불균형’ 요인을 역설적으로 추적해 보자면, TV 프로그램 가운데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케이팝스타』심사
        위원들이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눈물이 찔금 나오도록 가차없이 다그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는 데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어느『미술 프로그램』PD가 저
        명 평론가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해서 작가출연자들을 대상으로 감히 “선이 잘못되었네, 색감이 좋지 않네” 하는 식으로 마음껏 평가하고 질타하는 ‘스토리 텔
        링’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을까? 이는 곧, <미술생태계>에 종사하는 작가들에게는 이러한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더욱 왕성하게 발달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c. 국제기구(유네스코)의 <국제저작권 협정>에 의거한 회원국 관리 시스템 재조명
        그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중국의 우한 시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COVID-19’ 바이러스 균이 도대체 어떤 과정에 의해 감염되는지, 또한 내 주변 어디에
        서 ‘확진자’가 돌아다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을 때 가장 두려웠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우선 우리 한국에서 가장 먼저 ‘확진 여부’를 투명하게 진단해주는 <진
        단 키트>가 완벽하게 실효를 거두고, 또한 ‘확진자 동선’을 일일이 거슬러 올라가 추적하는 APP이 개발되어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었을 때, 지구촌 사람
        들은 그 효율성도 역력하게 실감했을 것이다. 아울러서, 그 신뢰감을 바탕으로 지대한 효과를 거둔『K-방역』을 비롯한 일련의『K-시리즈』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
        삶의 개연성’을 충분히 증명해 주었다. 따라서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확대·유행중인 ‘코로나 팬데믹’ 시국을 통해서, 민족·국가·종교·인종 등을 초월해 가장 큰 희
        망과 신뢰감을 심어준 두 단어는, 단연코『TRACEBILITY(역추적시스템)』과『PROBABILITY(개연성, 확률)』일 것이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절대로 서로 상충하지 않
        는다. 이와 마찬가지 원리를 적용해보면, 우리 <미술생태계>에서 작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실은 일단 자신의 작품이 팔려나간 후 이후에 어떤 과정을 거쳐
        다른 소유주에게 넘어가는지 전혀 ‘동선’을 ‘추적’할 수 없는 답답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결국 불안 해소의 관건은 이상적인 ‘법’이나 ‘제도’를 통해서만 가능하
        다는 뜻이다. 물론, 이를 구체화 시키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운 것이지 결코 실현 불가능한 사안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 두 가지 ‘딜레마’를
        고스란히 <미술생태계>에 반영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전세계의 교육-과학-문화-커뮤니케이션 분야의 국제적 협력을 주도하는 유엔 기구가 위치한 ≪
        파리 유네스코본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마도 당대의 유럽 선진국 산하 작가들 역시 현재의 우리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절대 신용을 보장해주는 미술시장
        을 어떤 방법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이에 1952년에 뜻을 모은 유럽 선진국의 대표 작가들이 ≪파리 유네스코본부≫에 모여『국제저작
        권협정』을 체결하는 동시에『IAA;국제조형미술협회』를 출범시켰다. 이와 병행해서 【ADAGP】라는 [글로벌저작권자]들이 창조한 ‘미술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공
        식적으로 인증하고 보호하는 공인협의체를 발족시킨다. 현재, 이 공인협의체는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전세계 약 130여 회원국 산하 미술단체를 통해 약
        18만 여명이 ‘종신회원’ 자격으로 2차의 등록 절차를 거쳐 가입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를 통해서 등록할 수 있는데, 정회원으로
        등록한 국내작가들 가운데 <에스프리 누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들에 한해서 ‘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프랑스를 비롯한 EU 출신 【ADAGP글로벌저작권
        자】와 동일한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d. 글로벌저작권자의 유리한 시장 접근성
        【ADAGP】는 모든 장르의 [조형미술 글로벌저작권자]들을 전문적으로 위탁·관리한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따라서 우리미술인들이 다른 나라의 [글로벌저
        작권자]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새로운 미술시장에 진입·교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등록 가입해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왜냐하면, 전 세계 각국의
        미술시장에 버티고 있는 ‘컬렉터’들은 절대적으로 신뢰할만하고 이미 정평이 나있는 브랜드에서 배출한 [글로벌저작권자]들을 우선 선호하기 때문이다. 궁극적
        으로 전세계 어느 나라든지 출신 국에 대한 정치적 선입견이나 힘의 논리를 배제한 상태에서, 오직 【ADAGP】의 ‘심의 과정’을 통과한 ≪1차미술시장(화랑)≫과
        ≪2차미술시장(경매)≫에서 거래되는 저작권자들을 대상으로 작품 구매 동선을 투명하게 ‘역 추적’해주는 시스템이 법적으로 정착되어 있기에 특정 취향의 수
        요자들조차 이를 믿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증거로, 특별한 ‘유명세’와 상관없이 국제적인 <브랜드 인지도> 및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저작권자들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한마디로, 시장에서 ‘마크’가 검증된 ‘명품’은 그만큼 ‘부가 가치’가 오르므로 누구나 믿고 구매하기 마련이다. 특히
        <비대면 시대>에는 더할 나위 없이 아무리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그럴수록 ‘명품 소비’가 유행처럼 번지는 이치와 똑 같은 셈이다.

        e. 국내 작가들의 가입 현황과 성공적인 국제미술시장 진입의 사례와 전망
        단도직입적으로, 현재까지 【ADAGP】시스템에 입성한 국내 작가들은 겨우 100여명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로 인해 우리 화단의 미래가 갑자기 불투명해
        지거나 비관적으로 변할 리 만무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그 여정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에, 정작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은 머리 수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맞물린 ‘기어나사’ 처럼 오직 개개인의 [의지와 의욕]에 의해서만 연동하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지식재산침해’ 사례가 밥 먹듯이 벌어지는 중국 출신
        의 【ADAGP】회원 수가 우리보다 단연 압도적으로 많은 점을 역으로 해석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론, 중국의 글로벌 위상을 대변하는 <브랜드 인지도> 확보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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