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0년 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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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새 만다라, 20×20cm×320개, 나무(목기)위에 유채, 2005










         오방색과 단청을 사랑한 작가(2)                             른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훨씬 더 기하학적으로 선이나 면이 추상화
                                                        되고 지적으로 날카롭게 처리되고 있다. 빛깔도 적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전혁림                                             그런데 그런 요소들이 필자의 눈에는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사찰건물의 단
                                                        청을 닮고 있었다. 전에도 특히 소재에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을 보인 일이 간
                                                        혹 있기는 했으나 이처럼 전적으로 우리 것에 기대려 하고 있고, 우리 것을 재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현해보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일은 없었다.'라고 어느 전혁림 전시회에서
                                                        의 소감을 밝혔었다.

        '향토적 색채화가'라고 불리는 전혁림(全赫林, 1916~2010)은 특유의 코발트   전혁림의 회화는 색감만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캔버스, 도자기, 목기 등에 다
        블루 색채와 오방색, 단청과 전통 문양을 소재로 하여 현대적인 한국적 색면       양하게 이루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그의 작품 중에서 목기에 채색한 작품에
        추상을 추구하였으며 고향 통영과 남해 바다를 꿋꿋하게 지켜냈던 작가이다.        주목하는 이유는 나무에 채색을 하는 예술로 단연 손꼽히는 단청과의 연관
        이를 대변하는 것이 바로 전혁림만의 색감, 즉 '전혁림 코발트블루'이다. 그의     성 때문이다.
        색채에서는 통영의 상큼한 바다 내음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       특히 2005년에 완성한 <새 만다라>는 320개나 되는 목기 나무과반을 결합한
        로 독보적이어서 그 누구도 따라 갈 수 없을 것이다.                   대형 작품으로 전통과 현대가 융합되고 조화를 이룬 걸작이다.
                                                        가로, 세로가 20cm 크기인 옛 나무과반에 유화물감으로 채색을 하였지만 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는 뛰어난 색채화가라는 점에서 아무도 이        방색을 나무에 채색해서인지 단청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하지만 파랑색 중
        의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화면엔 유화 특유의 색채가 갖는       에 코발트블루를 주조로 하면서 빨강, 노랑색과 대비시킨 선명한 오방색의 색
        물질감 보다는 오랜 세월을 두고 빛바랜 산사의 단청이나 장롱 깊숙이에서 끄       채와 단청의 이미지를 도입하였음에도 고풍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현대적
        집어낸 오랜 옛날 어린 시절의 색동옷을 보는 것처럼 어떤 포화된 정감이 덮       인 감각이 돋보인다. 화면을 채운 문양들을 살펴보면  원, 삼각형, 사각형 등과
        여있다. '(예문사 '전혁림', 1987)라고 평하였다.                 같은 단청의 금문에서 많이 쓰이는 기하학적인 문양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비
        또한 전혁림과 절친했던 시인 김춘수는 '필자가 본 과거의 어느 작품과도 다       대칭의 약간 어그러진 데포르메(déformer) 형태를 취하며 힘차고 굵은 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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