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전시가이드2020년 10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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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문자도 '꽃(ggott)', 27.3x22cm, 캔버스, 단청안료, 호분, 먹, 2020  단청 한글 문자도 '꿈(ggoom)', 27.3x22cm, 캔버스, 단청안료, 호분, 먹, 2020









            셋째, 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화공들이 자연스럽게 스스로 용어를 만들어 쉽게       한글을 미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주목한 작가로는 우선 강익중 작가가
            널리 쓰게되면서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떠오른다. 그는 3인치 캔버스에 한글 작업을 하면서 '세 살이던 아들에게 한
                                                            글을 가르치려고, 크레용으로 모음과 자음을 나무판 위에 그려봤어요. 그렇
            흔히 사용하는 단청용어의 예를 들어 보면, 색 이름은 먹, 분, 황, 주홍, 장단, 육  게 그리고 보니까, 한글은 사각형 안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물 흐
            색, 하엽, 양록, 삼청, 양청, 다자, 석간주 등이 있고, 단청의 종류와 문양의 이름  르듯 획이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사실 한글이 가
            으로는 가칠단청, 긋기단청, 모루단청, 얼금단청, 금단청, 갖은금단청, 병머리     지고 있는 철학이나 정신 때문이라기보다는 순전히 조형적인 아름다움 때문
            초, 장구머리초, 주의초, 반자초, 연목초, 곱팽이, 겹곱팽이, 인휘, 늘휘, 바자휘,   에 쓰고 있어요.'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한글이야말로 가장 한국적
            색직휘, 석류동, 낙은동, 연화, 주화, 항아리, 실, 공터, 쇠첩, 먹당기, 민주점, 매  인 소재이지만 한글을 주제로 삼게된 동기는 한국적인 소재보다는 ‘연결’ 때
            화점 등이 있으며, 빛을 넣는다, 색을 올린다, 장척, 달로, 막자, 유발 등이 있다  문이라고 한다. '연결'이라는 의미를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따로 만들어졌지
            학술적이지 못하고 다소 유치하다고 생각될지 몰라도 안료의 색명, 단청의 종       만 자음과 모음이 서로 연결되어서 한 글자, 한 소리를 내는 것에서 찾은 것
            류, 문양, 도구 등에 쓰이는 용어들은 모두 순 우리말과 한자어만을 사용하고      이다. 2020년 6월 광화문 앞에 설치된 그의 작품 '광화문 아리랑'을 보면 정사
            있으며 외래어는 거의 없다. 그래서 단청은 우리 말과 글을 지켜오면서 우리       각형의 나무판 하나 하나에 아리랑의 한글 가사를 한 글자 한 글자를 채색해
            단청의 고유성을 꿋꿋하게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서 이를 다시 서로 '연결'해서 거대한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이는 한글을 회화
                                                            로서 부각시키는 작업으로 보는 이들에게 한글의 아름다움을 각인시켜 주는
            한글과 회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현대 정보화 시대에 들어서서 한글은 다른 문자에 비교해서 기능적인 면에
            서 우수성이 매우 뛰어나면서도 문자로서의 아름다움이 함께 높이 평가되          한글은 창제이후 미적으로 한글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이어
            고 있다.                                           져 오면서 서예, 디자인, 회화, 캘리그라피, 패션 등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발
                                                            전을 이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청에서는 크게 주목을 하지 않고 있어서 단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면 자음과 모음이 각각의 특징과 창제 원리에 따라 글        청 기법으로 한글 글꼴에 대한 미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한글 문자도 작업을
            꼴을 만들어서 상징적이고 기하학적인 독특한 아름다움을 내포하고 있다. 또        시작하였다. 한글을 형상화한 단청과 캘리그라피를 융합(collaboration)하면
            한 글자를 이루는 여백의 공간에 아름다움이 숨어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서 색의 장력과 반복을 활용하여 옵티컬하게 표현해 보았다. 그래서 우선 간
                                                            판이나 싸인보드 등에서부터 한글 단청을 시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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