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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 컬럼


        한국 민화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한국 민화는 전통 민    후 그것을 바탕삼아 종이나 비단에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을 말한다.
                                         화와 현대 민화로 구      다시 관화는 대부분은 전문 화원들이 ‘협업’으로 제작된다. 화사(畵史)가 밑
                                         분할  수  있다.  다시   그림을 그려내면 회사(繪史) 2명이 채색을 담당하여 그려 낸다. 또한 관화 제
                                         전통 민화는 관화(官    작에는 엄격한 규율이 따랐다. 이를테면 물감, 종이, 붓 등을 엄격하게 선별하
                                         畵)와  민화(民畵)로   여 사용했으며, 화면구성을 비롯한 붓질 사용법, 물감 섞는 법과 다루는 법 등
                                         구분할  수  있고,  현  을 철저히 계산하여 제작했다. 그리고 관화 제작에는 각각의 형상과 색채가
                                         대 민화는 재현 민화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그렸으며, 화폭에 간단한 일점, 일획
                                         와 창작 민화로 구분    을 그을 때도 반드시 정해 놓은 법칙을 따르면서 그려야 했다. 그 밖에도 관화
                                         할  수  있는데,  이를   제작에는 그림 그리는 시기나 장소까지도 엄격하게 택하고 정하여 그것을 반
                                         구체적으로  설명하     드시 지키면서 제작해야 했다.
                                         면 아래와 같다.      화원들은 그렇게 규칙을 지키면서 그림을 그려내도록 요구받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고도의 세련된 솜씨를 발휘하기 위해서였고, 영험한 영력의 힘, 생
                                         1. 전통 민화       명력을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관화의 형식은 결국 전통적, 인습적으로
                                         전통  민화는  관화(   재생산되는 특징을 보여 주게 된 것이다.
                                         官畵)와  민화(民畵)
                                         로  구분된다.  이른   2) 민화民畵
                                         바 관화는 전문 화원    조선 후기 궁중이나 관아에 사용된 관화가 민간에 확산됨에 따라 점차 그 내
                                         들이 궁중이나 관아(    용이 다양해지면서 서민들만의 민화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서민들의
                                         官衙) 등에서 사용할    민화에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제재가 담겨지게 되었다. 무교를 비롯한 불교,
                                         목적으로 제작한 벽     유교, 도교 등 종교적, 학문적 제재가 담겨졌으며 상상의 내용, 전설과 설화 등
                                         사적, 길상적인 장식    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생활 주변 및 현실의 모든 물상들도 제한 없이 선
                                         그림을 말한다. 이와    택되어 소재로 사용되었으며, 이러한 소재나 내용과는 별 상관없이 그저 장식
                                         같은 관화는 대부분     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조선 후기의 민화는 관화와는 다르게 서민들
                                         모(摹)의  방식인  ‘밑  의 일상생활과 그들의 간절한 염원 그리고 과거의 경험과 미래에 대한 기대치
                                         그림’에 의존하여 제    에 합당하다면 모든 것을 대상으로 삼았다.
                                         작되기 때문에 전통     다시 조선 후기 민화는 조형적인 면에서도 독창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알
                                         적, 인습적으로 이어    다시피 관화는 모든 것이 똑같아야 했으나 민화는 그러한 관화의 틀에서 자유
                                         지며 장엄하고 화려     롭게 탈피하여 단순, 과장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렇게 엄격하게 다루어졌
                                         한 조형 특징을 보여    던 관화의 밑그림이 서민 화공들에 의해 자유롭게 해체되어 그들의 기질이나
                                         준다. 반면에 민화는    취향에 어울리는 그림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주로 아마추어 서민     계속해서 조선 후기 민화는 각기 다른 그림으로 변주되었으며 그래서 서민
                                         작가들이 일반 여염     들만의 독특함, 기발함, 천진스러움 등이 특징이 되었다. 예컨대 궁중의 〈십
                                         집에 사용할 목적으     장생 그림〉은 열가지 또는 열한가지나 열두가지 장생물을 그려 병풍으로 제
                                         로, 그들의 생활철학    작되는 것이 정형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궁중의 〈십장생 그림〉을 서민
                                         과 미의식을 가미해     화공들은 몇 가지의 장생물을 단폭에 집어넣어 그리곤 하였다. 이렇게 관화
                                         제작한 벽사적, 길상    의 표준화, 유형화된 밑그림이 백성들의 삶에까지 깊게 도달하였으며, 이후
                                         적인 그림을 말한다.    서민들의 취향이나 기질에 의한 크고 작은 소망이 담겨진 독창적인 그림이
                                         이와 같은 서민들의     나오게 된 것이다.
                                         민화는 관화의 엄격
                                         함, 장엄함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관화는 상징성, 기능성, 장식성 등의 의미를 담았거나 모양을 띠
                                         지극히 자유롭고 해     며 그래서 매우 공예적인 특징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민화는 관화처럼 상징
                                         학적인 조형 특징을     성, 기능성, 장식성 등의 공예적인 특징과 함께 ‘회화성’까지 띠고 있기 때문에
                                         보여 준다.         감상자로 하여금 무한한 미감과 상상력을 촉발시키고 있다.

                                         1) 관화官畵
                                         관화란 전문 화원들
                                         이 궁중이나 관아(官
        衙)(부목군현府牧郡縣) 그리고 병영(兵營) 등 공기관에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       책가도1_나무에 채색_150X20cm 김혜중 作
        한 벽사적, 길상적인 장식 그림을 말한다. 이와 같은 관화는 대부분 모摹의 방      책가도1_나무에 채색_150X20cm 김혜중 作
        식으로 제작된다. 모摹의 방식이란 ‘밑그림’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정형화된
        양식을 원본으로 하여 투명한 종이를 그 위에 덮어 한 장씩 원본대로 모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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