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전시가이드 2024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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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영, 《Geo_Body》전시 현장설치
정나영의 ‘Geo_Body’는 ‘토착성(흙)’과 ‘떠도는 몸(정체성의 부유浮遊)’을 연결한
‘디아스포라 혹은 포스트-오리엔탈리즘(Post-Orientalism)’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나영이 흙과 몸을 일체화시킨 까닭이 여기에 있다.
관람객들이 자아를 객관화할 수 있는 상황을 유도함으로써,
삶의 진정성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식, 이른바 ‘자신을 파괴할 권리=균열미학’을 제안하는 것이다.
정나영 작가의 전시는 2월 3일까지 삼청동 스페이스결에서 볼 수 있다.
흙의 미학, 새로운 영토를 향한 자기혁신
역사적 상황에서 경험한 탈식민성을 ‘흙에 기반한 신체언어’로 해석한 작가
는 개인적 삶의 자율성을 보편적 모순과 연동시키기 위해 ‘갈등과 모순’이라
는 이율배반적 형식실험을 감행한다. 토착민의 관점에서 식민지의 경험을 작
품화한 디아스포라 혁명가인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처럼, 가장 본능적이
고 오래된 재료 ‘흙’을 제3의 세계관에 대입해 ‘규정적 예술’이 아닌 ‘가능태로
서의 예술’을 실험하는 것이다.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작가의 도전은 열리고
닫히는 가변적 현실을 직시하면서 “깨지기 쉬운/다루기 어려운/아슬아슬하게
기대있는/기댄 채 의지하는” 같은 속성들을 연결하면서 지정학적 네트워크를
실현한다. 얇게 캐스팅한 도자는 종이처럼 엷은 막을 형성하며 붉은 실에 의
지하고 있다. <Folding x Doors> 역시 “피부를 닮은 문”을 형상화하면서 새
로운 문화를 즐기는 지정학적 시적(詩的) 구조와 만난다. 문화적 이동에 따른
경계의 기억들은 확장된 피막을 통해 세라믹 모듈로 재탄생한다. 이렇게 연
결된 땅의 지도들은 ‘개방과 폐쇄/소속과 분열/강함과 약함’이라는 역학 관계
를 정반합(正反合)으로 통합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Individual Spaces(각각
의 공간)> 역시 거대 도시에 형상화 돼 있는 규격화된 문명구조를 인체의 일
부(손가락)로 재해석해 보여준다. 개인과 사회의 연동성을 관객참여형 작업으
로 전환함으로써, ‘소유와 공유의 화해’라는 실천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정나영 개인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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