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4년 0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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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정나영, 《Geo_Body》전시 현장설치











         Geo_Body, 몸의 지정학적 언어                           에도 속하지 못하는 심리적 불안감에서 나온 것이다. 정나영이 흙과 몸을 일
                                                        체화시킨 까닭이 여기에 있다. 관람객들이 자아를 객관화할 수 있는 상황을
        정나영 작가                                          유도함으로써, 삶의 진정성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식, 이른바 ‘자신을 파괴할
                                                        권리=균열미학’을 제안하는 것이다.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포스트-오리엔탈리즘, 흙과 몸의 네트워크

                                                        “자신의 조국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아직 어린아이와 같다. 타국이 다
                                                        조국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이미 성숙한 사람이다. 세계가 다 타국처럼 느껴지
        “내 작업은 흙과 몸을 일체화시킨 지정학적 위치 정하기를 통해 ‘균열하는 낯      는 사람이야말로 완성된 인간이다.” - Edward W. Said,
        선 자아’와 만나는 과정이다.” - 정나영 인터뷰 중에서                                                『오리엔탈리즘』 중에서
        정나영은 몸과 흙의 관계성을 통해 ‘참된 나(The EGO and the Authentic   Geo_Body는 신체와 지정학(geopolitics, 地政學)의 관계를 정나영의 미술 언
        Self)’의 발견을 시도한다. 흙을 주재료로 사용한 지 20여 년, 어느새 흙은 익  어로 재조합한 ‘흙과 몸의 미학적 네트워크’라는 뜻이다.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숙한 것을 넘어 작가의 일부가 되었다. 70%의 수분을 머금은 인체와 유사한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을 예술개념으로 도입한 정나영은 서구 중심의
        도자 베이스 작업은 ‘시간성’에의 도전이자, 인체와 자연을 종합하는 기능을       미술적 아카데미즘이 한국미술계의 권력구조와 연관된다고 보았다. 흙을 주
        한다. 여수 태생인 작가는 바닷가 근처의 모래사장에서 놀던 기억을 작품으        재료로 삼은 작가의 정체성은 ‘공예가인가 순수미술가인가?’에 대한 국내 미
        로 연결해 생애주기(Life Circle)를 조형적 언어와 결합한다. 작가의 이러한   술계의 질문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에서의 교육, 다양한 해외 레
        접근은 스킬 위주의 공예가 아닌 흙을 주재료로 활용한 조형적/개념적 설치        지던시를 거쳐온 작가는 ‘흙과 신체를 연동한 설치와 퍼포먼스’를 주요 활동
        와 퍼포먼스를 기반한다. 정나영의 ‘Geo_Body’는 ‘토착성(흙)’과 ‘떠도는 몸(  으로 삼아왔기에 ‘개념적 실험미술’을 앞에 두고 작업한다. 이때 흙과 도자는
        정체성의 부유浮遊)’을 연결한 ‘디아스포라 혹은 포스트-오리엔탈리즘(Post-     자연스럽게 개념미술 안으로 스며든다. 공예를 장인의 범주로 폄하(貶下)하는
        Orientalism)’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20여 번의 다국적 레지던시 생활에  국내 미술계의 인식 속에서 ‘정나영은 재료의 다양성을 실험하는 미술작가’로
        서 정체성이 흔들릴 때마다 지역에서 추출한 흙을 통해 자아를 끊임없이 확인       분류된다. 예술 단계의 탈식민주의(혹은 후식민주의)는 ‘거시적 응시를 통한
        해 왔다. 그렇게 쌓은 레이어는 ‘환경에 따라 변신’하는 문화유목민의 특성을      자기 발견’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몸의 일부를 활
        보여준다. 지역에 소속되기 위한 최소한의 영감으로부터 시작된 행위는 흙을        용한 흙의 변주는 한국미술계의 구별 짓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나영 만의 확
        활용한 초국적 레이어를 통해 ‘새로운 몸의 발견, 이른바 몸의 지정학’으로 연     장적 행보이자 ‘고정된 관습에 균열을 조장하는 행동하는 미술’로 보아야 한
        결되는 것이다. 작가는 흙을 흙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작업들에 도전하면서,       다. 작가는 자기 신체를 해체해 흙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정체성의 붕
        정체성의 혼돈을 ‘새로움의 발견’으로 전환한다.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린       괴’가 아닌 ‘창의성의 확장’을 시도한다. 토착성(혹은 지역성)과 유목성을 결합
        정체성을 ‘Third Culture’로 정의하면서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보는 동시  한 창의성의 확장은 ‘소재-개념-언어-관습’ 등을 분석·검토한 뒤 발견한 ‘확장
        에 보여지는_지정학적 응시(Geopolitical Gaze)’와 만나는 것이다. 이러한 ‘심  적 자기혁신’이기 때문이다.
        리적 이방인’의 입장은 국경이나 국가가 아닌, 보이지 않는 배척 속에서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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