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P. 42
김구현 컬럼
(좌)스페인 메리다, 『국립 로마 박물관』 (중) 라파엘 모네오 (우)미국 LA, 『The 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s』 내부전경 ⓒADAGP
에스프리누보 하버드 대 건축대학원 학과장을 지냈고, 1990년에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왔
다. 1996년에 프리츠커상을 수상한다. 라파엘 모네오는 건축가와 교육자의
새로운 정신 삶을 동시에 살았다. 그는 일관되게 현대건축의 경향이 '수명이 짧은 건축'으
로 흐르고 있음을 비난하며 사회에서 영속성을 갖는 기념비적인 건축의 중요
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건축의 물질성과 그 공간을 향유하는 인간을 통합
글 : 김구현 (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하려는 스페인의 건축적 스타일, 지역적 특성, 디테일한 요소인 벽과 빛의 조
합, 외피의 개념 등을 반영한다. 글로벌 현대건축학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라파엘 모네오의 어록을 살펴보기로 한다. "많은 전문가에게는 여전히 건축을
2017년 6월 8~9일 이틀 동안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세계적인 건축 건축(la construccion)과 용도(el uso)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합리적 결과
가’의 이색 초청 강연이 있었다. 청와대를 설계한 노(老)건축가의 기부가 세계 로 설정하고자 하는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건축의 역사를 진지하고 열린 마
적 건축가들의 정기 강연회를 구상한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런 기획 안 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형태의 자의적 선택'이라는 문제가 건축의 역사 전
이 추진됨에 따라,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을 반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자의성'의 새로운 부상은
받은 스페인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가 첫 번째 주자로 초대되었다. 서울대 건 건축을 '필연성'이라는 개념과 억지로 짝지으면서 발생한 일종의 대위법으로
축학과 동문인 김정식 ≪목천문화재단≫ 이사장(81)이 기부한 10억원으로 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먼저 <서양음악사>에서 ‘바로크 시대’ 이후부터 활용
최된 『서울대-목천 강연 시리즈(SNU-MOKCHON Lectures)』의 첫 강연이 한 된 대위법(對位法)의 어원을 이해한 후, 라파엘 모네오가 <건축사>에 도입한
국과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대위법의 개념을 파악해보자. 즉, 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배
치하는 작곡 기술처럼 건축 분야에서도 상기한 ‘자의성’과 ‘필연성’의 대립 관
1937년 스페인 투델라 나바라에서 출생한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 계를 서로 독립적으로 배치시킨다는 의미랄까. 구체적으로 그가 설계한 국내
는 1954년 건축 공부를 위해 마드리드로 향했으며, ≪마드리드대학교≫ 건축물로써 최근에 전 연령 층에 걸쳐 ‘국민 여동생’이라는 애칭으로 인기몰
건축학과 재학 중이던 1960년 덴마크로 건너가 2년간 예른 웃손(Jorn Ut- 이를 하는 아이돌 가수 겸 배우인 아이유가 분양 받은 ≪에테르노 청담≫을
zon·1918~2008)과 함께 ≪헬리백 스튜디오≫에서 건축 실무 경력을 쌓았다. 예로 들어 보자. 대위법이 교회음악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듯이 라파엘 모네오
1965년 마드리드 대 건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함과 동시에 개인 건축사무 의 건축 기법의 저변에는 마치 종교 의식에 사용되는 악기처럼 장엄하지만 현
실을 시작하였다. 1966년부터 마드리드 대 건축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미 대적으로 해석해 친근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또한 적당한 악
국 ≪프린스턴 대≫, ≪하버드 대≫, 스위스 ≪로잔 대≫ 등에서 방문교수, 기가 없던 시대에 단선율만 낼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독립적으로 배치하
1980년부터 1984년까지 마드리드 대 건축학 과장, 1984년부터 1990년까지 기 위해서 발달하였던 것처럼, 라파엘 모네오의 건축물을 바라보는 사람이 지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