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P. 47
스페인 구 화폐 50페세타의 앞·뒷면
은 한때 스페인 화폐인 50페세타의 앞뒷면에 사용되기도 할 정도로 존경받 두 명의 죽은 독일군 병사가 참호바닥의 진흙 속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여
는 유명한 화가였습니다. 바르셀로나에 갈 기회 있으면 건축가 가우디만 보 줍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참호 속에서 서로 대치하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산
지 말고 루시뇰의 작품이 있는 카탈루냐 국립미술관에도 가 보면 좋겠습니다. 화한 참호전이었습니다. 2019년 개봉한 영국과 미국의 서사 전쟁 영화로,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했던 ‘1917’에서 참호전의 실상을 간접적이나마 볼 수 있
전쟁 속의 미학 었습니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나라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
종군 화가들 생충’과 끝까지 작품상을 놓고 겨루었던 유명한 전쟁 영화였지요. 이 그림에
지난 20세기에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가장 비싼 값에 작품이 거래된 초상 는 두 명의 죽은 독일 병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한명은 등을 대고
화가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그림 공부를 조금 한 분들은 혹시 존 싱어 사전트 누워 얼굴에 입을 벌린 표정을 지으며 손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얼굴과 팔의
John Singer Sargent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영국에서 가 피부는 청록색으로 칠해져 이미 죽은지 오래되어 부패되었음을 알 수 있지요.
장 유명한 초상화가는 윌리엄 오펜William Orpen(1878~1931)입니다. 아마 다른 한 병사는 철모를 쓴 채 진흙 속에 얼굴이 파묻혀 있습니다. 배경에 나무
대부분 처음 들어보는 화가일 텐데요. 그만큼 오펜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 로 지탱되는 참호가 보이고 참호 너머에는 흰색 석회석 더미가 쌓여 있는 가운
지지 않은 화가입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나 영국 수상 윈스 데 깊고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이런 푸른색은 어두운 주제와 대비되어 전쟁의
턴 처칠의 초상화를 그린 유명한 초상화가이지요. 오펜은 그의 사후에 철저히 비극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윌리엄 오펜과 상반되는 화가가 있습니다.
잊혀졌다가, 지난 2005년 런던의 제국전쟁 박물관Imperial War Museum에 역시 아일랜드 출신의 인상파 화가인 존 래버리John Lavery(1856~1941)입
서 그의 회고전을 하면서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의 고향 니다. 존 래버리는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출신이었지만 카톨릭을 믿었고, 윌
은 영국(잉글랜드)이 아니고 아일랜드입니다. 리엄 오펜은 더블린 출신이었지만 신교를 믿었지요. 이것은 북아일랜드의 벨
아일랜드에서는 1978년에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 200여 점이 파스트는 신교 지역이라 대영제국에 남기를 바라는 곳인데 존 래버리는 반대
전시된 기념전이 열렸고, 그 이전과 이후에도 아일랜드의 대표 화가로 존경 로 카톨릭 신자라 아일랜드 독립운동파이고, 윌리엄 오펜은 더블린 출신이라
받고 있습니다. 오펜은 전쟁화와 역사화로 유명한 화가이지만 서정적인 여인 구교 지역 사람이기에 아일랜드 독립을 지지하여야 하나 그는 반대로 신교를
들의 초상화로도 유명한 화가였습니다. <참호 속에서 죽은 독일 병사들Dead 믿어 영국에 잔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말입니다. 두 사람은
Germans in a Trench>은 1918년 윌리엄 오펜이 1917년에 종군 화가로서 방 모두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종군 화가로 참전합니다.
문한 솜 전투Bataille de la Somme의전장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으로, (다음호에 계속)
이 코너는 칼럼니스트의 의도하는 바를 존중하며 경어체를 사용했습니다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