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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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조병국, Camellia flower 2109, 130.3x162.2cm 조병국, Camellia flower 2102, 116.8x91cm
조병국·박무숙 조병국의 스밈, 한지 모노크롬을 향한 수행(修行)
스밈의 콜라보展, 조병국 작가는 붓을 쓰지 않는다. 시대의 혁신을 드러낸 모네와 뭉크 등과 같
은 표현성 짙은 정감 속에서도 한국화의 정체성을 놓지 않는 파격적 전이는 “
한지에 누빌레라 전통은 실험에서 나온다.”는 황창배의 정신을 떠오르게 한다. 강원도 양구에
서 출생한 작가는 동향(同鄕)인 박수근의 영향 때문인지 물감을 쓰지 않아도
한국적이라는 시각을 느끼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바탕은 유화 같은 캔버스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지만, 삼합지(三合紙)를 기본으로 삼은 색(色) 한지를 활용하여 빛·색·형태·질
감까지 오로지 손으로만 창작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여기서 선행돼야 할 것
은 한지가 갖는 고유한 물성을 몸 안에 스미도록 신체를 도구화하는 것이다.
인사동에 자리한 갤러리라메르 1층 전시실에서는 7월7일부터 13일까지 조병 물성에 충실하면서도 타인이 시도한적 없는 실험적인 그림들을 동양의 바탕
국·박무숙의 <스밈의 콜라보 전-한지에 누빌레라> 콜라보 전시가 열린다. ‘ 과 서양의 직관 속에서 만들어낸 독특한 노하우는 그 어떤 이도 따라할 수 없
한지에 누빌레라’라는 주제는 마음에서 오는 그림과 글씨의 교유(交遊)란 의 다. <동백시리즈>는 전면을 꽃으로만 만든 그림이다. 붉음과 푸름, 꽃잎은 나
미에서 조병국 작가와 박무숙 작가의 콜라보로부터 시작되었다. 귀거래사(歸 전칠기의 단순화된 컨셉 속에서, 전통건축의 문창살과 세월의 흔적을 담은 선
去來辭) 글씨와 50호의 한지 그림이 교환되고, 한동안 이어진 문자-이미지 사 운사 돌담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초혜의 동백꽃을 서정적 모티브로 삼
이의 감동은 서로 문답(問答)하는 우정의 맥락에서 동백 그림과 글씨를 ‘시중 아, 떨어진 꽃과 피어난 꽃을 대비시키는 동백의 인상을 한지를 두드려 만든
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畫 畫中有詩)’로 논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물성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전시들이 한 장르 사이의 특성만을 고집한다면, 장르의 행간을 넘나들며 자 작가는 물성을 알지 못하면 그림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심미
유로운 해석을 남기는 이들의 전시는 전통 시대 풍류(風流) 문화의 계승이자 안적인 정감의 표현은 한지와 하나가 됐을 때 발현되는데, 표현하려는 대상
융합의 시대 하이브리드(hybrid) 문화의 반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단순한 캘 의 빛과 색에 질감을 불어넣어 행위는 ‘한지 모노크롬’으로 전이되는 또 하나
리그래피가 아닌 단아하고 엷은 글자미학(박무숙)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채집 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한 주제를 묘사하려면 붓이 없이도 생동감이
한 한지의 스밈(조병국)과 더불어 정감(情感)과 체득(體得)이라는 깨달음의 녹아나야 하며, 동시대성(contemporary)에 최대한 접근함으로써 자연의 숨
향취를 남기는 것이다. 결(시대정신)까지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한지 고유의 정감과 이미지가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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