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1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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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 삼성동 봉은사 판전 전경
금단청(錦丹靑) 용하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갈모금이나 결연금이 쓰인 직휘를 많이 사용한
다. 계풍에는 여러가지 금문을 장식하며 중심부에 중국의 소식단청과 유사
한 형식으로 풍혈 또는 안상(眼狀)을 그려 넣고 그 안에 용이나 봉황, 화조, 산
수, 사군자 등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별화를 그린다. 또한 황실이라 부르는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황색 선에는 금박을 입히고 포벽에는 여러 불보살상이나 화려한 보상화 문양
을 그려 넣는다.
금단청(錦丹靑)은 화려함이 가장 최고의 단계인 단청을 말한다. 화장에 비유
하자면 결혼식을 하는 날에 신부가 화려하게 하는 화장과 같다고 할까? 금단 '갖은 금단청'이란 금단청보다 더 화려한 최상의 단계를 말한다. 금단청과 양
청에서 '금'자는 '쇠 금(金)'자를 쓰지 않고 '비단 금(錦)'자를 쓰는데 그 연유는 식적으로 큰 차이는 없으나 금단청보다 더 호화롭게 장엄하기 위해서 더욱 세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는 비단에 수를 놓듯이 복잡한 문양을 화려하 밀하게 채색하며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적인 문양들을 더 많이 사용하여 화려
게 채색하기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고, 다른 하나는 금문(錦紋)을 많이 사용 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였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금단청의 특징을 보다 쉽게 설명하는 것
이라 생각된다. 금단청이 널리 확산된 배경을 살펴보면 중국이나 일본, 서양과의 교류가 증가
되면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서양에서 유행했
금단청은 주로 사찰의 대웅전과 같은 가장 중요한 건물에 쓰이는데 화려함의 던 바로크(baroque)와 로코코(Rococo) 양식에서부터 19세기 말 장식성이 강
정도에 따라 얼금단청, 금단청, 갖은 금단청의 3단계로 세분할 수 있다. 한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까지 융합된 사조와 화법이 극동의 조선에까
'얼금단청'이란 금단청과 모로단청의 절충형으로 ‘금모로단청’과 비슷하지만 지 퍼지게 되면서 단청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예술’
조금 더 상위 등급으로 분류한다. ‘얼금’이란 단어는 머리초의 중간에 자리하 이라 불리는 아르누보는 전통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양식을 지향하면서 단순
는 계풍에 금문이나 당초문을 얼기설기 그려 넣은 것을 의미하는데 계풍에 뇌 한 자연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삼아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냈다. 단청의 고팽
록 가칠만 하는 금모로단청과는 차이가 있다. 머리초는 모로단청보다 좀 더 이 문양과 유사한 나선형 문양이나 당초문 또는 화염문 등과 같은 장식성이
복잡해서 금단청과 거의 같은 수준이며 휘 장식은 대체로 3개에서 5개 정도의 강하고 동적인 문양을 많이 쓰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화려한 장식을 중
인휘를 사용한다. 계풍에는 출초 없이 당초문을 넣거나 단색계열의 금문을 넣 시하는 이러한 경향이 우리 단청의 핵심적인 문양인 머리초에도 변화를 불러
기도 하며 포벽에도 출초를 하지 않고 간단한 당초문으로 장식한다. 일으키게 된 것은 아닐까? 여기에 우리의 독창적인 휘와 금문이 다양하게 등
장하면서 더욱 화려하게 변하게 되어 널리 퍼지게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금단청'이란 병머리초 · 장구머리초 · 겹장구머리초 등의 화려한 문양이 쓰이 또한 조선 후기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큰 전란의 참화로부터 벗어나기
며 고팽이에 번엽을 추가하기도 한다. 휘는 인휘나 늘휘 보다는 복잡한 바자 시작하였고 중국이나 일본과의 교역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따라서 단청에
휘를 4개에서 6개까지 사용하여 화려함을 더해준다. 직휘는 장단 직휘를 사 필수적인 안료의 조달이 용이하게 됨에 따라 전란으로 파괴되었던 궁궐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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