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2019년0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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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판타지아(objet) 162×112cm
세월의 레이어(Layer)를 쌓아가는 것도 없이 심플하기만 하다. 하지만 작업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중첩되
는 레이어들의 조합 후 전체 화면의 조합된 이미지는 그 절제된 심플함이 사
서양화가 오창성 라지고 화면 가득한 요동침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선사한다. 하나의 완성된 작
업으로 감상하자면 행위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개념미술로 해석해서는 무
리가 따르는 점을 동의하나 오창성작가의 작업과정은 기존 정통적 관념의 회
김재덕(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화적 표현방식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우리 주
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학 합성류의 완성된 물성을 캔버스에 얹어 표현하
는 행위는 레디 메이드(Ready-made)의 의미부여로 조심스레 접근해 보는 해
레디 메이드(Ready-made)의 창시자 마르셸 뒤샹(Duchamp, Marcel)은 ‘미(美) 석도 흥미로운 감상 방법이 아닐까 제언해본다. 단순하지만 예리하게 조각된
는 발견해야 한다’는 근대 미술의 새로운 주장을 펼치며 행위나 과정에 의미를 선과 면은 복잡하지 않은 색에 담긴 채 각각의 레이어를 형성하는 일련의 과
두었던 개념미술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기존의 회화표현을 파기하고 기 정들이 오창성작가의 계획된 독특한 조형언어로 조합이 된다. 오브제에 얹어
성품을 오브제로 한 작품 활동은 과거의 고정 관념화 되었던 예술형식과 가치 진 단순하지만 화려한 보색의 원색표현들은 작가의 의도를 더욱 강렬하게 이
를 부정하고 비합리성과 반도덕, 비심미적(非審美的)인 것을 찬미하는 다다이 야기 해준다. 작가가 표현한 원색의 깊이는 오브제의 면면과 함께 오랜 세월
즘(dadaism)의 ‘무의미함의 의미’를 암시하였다. 해묵은 자개와 옻칠의 느낌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현대 미술 감각으로 미디
어 아트의 한 컷처럼 세련되고 팝퓰러(popular)한 감응을 전달해주는 다중적
서양화가 오창성은 화필의 액션보다 독창적인 오브제(objet)의 물성에 의미 메시지를 주고 있다.
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마치 세필로 일필휘지(一筆揮之) 한 듯 가녀린 터치
는 정교하게 자르고 다듬어진 오브제의 편(片)이다. 그 세밀한 편(片)들이 시 “개념미술작품에서 가장중요한 요소는 아이디어와 콘셉트 이다.... 모든계획
간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하나하나의 레이어(Layer)로 조형미를 더하여 감상 과 결정은 사전에 이루어지며 작품제작은 무심히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미
자들의 심미감을 자극하여 준다. 하나의 레이어는 그다지 화려하지도, 요란할 술을 제작하는 장치이다.” -솔 르윗(Sol LeW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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