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2019년0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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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좌) 말년의 르네 마그리트 (우) 르네 마그리트, 마법사, 1951년작, 45.5 x 35.0 cm, 개인 소장
에스프리 누보 미라고 하지 않던가? 본명이 르네 프랑수아 길랭 마그리트는 초현실적인 작품
을 많이 남긴 벨기에의 화가이다. 1898년 11월 21일에 벨기에 에노주 레신에
새로운 정신 서 태어나 1967년 8월 15일에 사망하였다. 그의 생애를 돌이켜 보면, 그의 아
버지는 양복 재단사였고 어머니는 모자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정장 차림에 중절모자를 쓴 사내의 페르소나는 그의 기억 속
김구현(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에서부터 결정된 듯하다. 결국 그의 그림에서 등장하는 양복 입은 신사는 르
네 마그리트 본인의 자화상이라고 단언해도 무방하다. 1916년 브뤼셀에서 미
술공부를 시작했고, 1920년 중반까지 미래주의와 입체주의 성향의 작품을 그
1912년 어느 날, 겨우 14살인 르네 마그리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 렸다. 그러나 그 이후 조르조 데 키리코의 영향을 받아 초현실주의적인 작품
한다. 어머니가 강물에 투신하여 자살을 하였던 것이다. 사춘기 소년에게는 감 을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당치 못할 정도로 억장이 무너지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녀를 건질 때 현장에 있었으므로, 소년의 기억 속에는 모친의 처참한 모습이 그는 초현실주의적이지만 자신만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잔상으로 남아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아들린은 샹브르강에 몸을 던 주로 우리의 주변에 있는 대상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것과는 전혀
져 자살했는데, 어린 마그리트는 어머니의 시체를 강에서 건져내는 과정을 모 다른 요소들을 작품 안에 배치하는 방식인 <데페이즈망 기법>을 사용하였다.
두 지켜보았다. 그 때, 엄마의 얼굴을 천으로 가렸는데 그 이미지가 워낙 강렬 1940년 이후 마그리트는 주변에 있는 대상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물체들
하게 남아서인지, 얼굴을 천으로 가린 그림들에 영향을 주었다는 설이 전해진 의 위치를 바꾸어 한 화면에 결합시키고 있다. 1950년대에는 인상주의 르노와
다. 드레스 자락으로 얼굴이 덮인 채 강물 위에 떠 있었던 어머니의 이미지는 르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과 야수파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제작하기도 한다.
마그리트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그가 나중에 작품들을 제작하는 데 당연히 마그리트의 미술 방법은 모순을 통한 새로움의 창조다. 마그리트의 초현실은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무의식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마그리
트의 그림은 상식적인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평소 우리
대표적인 예로 『연인들(1928)』에서 두 남녀는 천으로 얼굴을 가린 채 묘사되어 에게 익숙해져 있는 사물과 관습에 대한 역설과 불편함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그리트는 생전에 이를 터무니 없는 추측이라며 일 각적 충격을 던져준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낯선 분위기와 의문은 독자들의
축해버렸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일가. 강한 부정은 오히려 긍정의 역설적인 의 습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이 당시 마그리트의 작품들은 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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