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2019년0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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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영화_매트릭스에 영감을 준 『겨울 비(1954)』 (중) 영화 _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모티브를 얻었던 『피레네의 성(195~










                                 르네 마그리트는 초현실주의적이지만 자신만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주로 우리의 주변에 있는 대상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것과는 전혀 다른 요소들을
                                         작품 안에 배치하는 방식인 <데페이즈망 기법>을 사용하였다.








            에서의 팝아트와 그래픽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고, 대중매체의 많은 영역에       집한 단편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주인공은 항상 아내 베르제였다. 여느 예술
            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는 『겨울 비(1953)』라는 작품에서   가들과 달리 평생 단 한 여인만 사랑했다는 마그리트. 그의 초현실주의 화풍은
            영감을 받았고,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피레네의 성(1959)』과 『올마이어  어쩌면 아내 베르제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의 성(1951)』에서 모티브를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작을 관통하는 영감은 '꿈'  르네 마그리트의 세계적인 인지도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
            과 밀접하다. 즉, 초현실주의 작품을 관객들이 접했을 때의 첫 느낌은 마치 꿈     서는 2006년 ≪LA 현대미술관≫ 에 이어, 2018년 ≪SF 현대미술관≫에서 두
            을 꾸고 난 뒤 그 꿈에 대해 해몽을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초현실주의     차례 ‘대형 회고전’이 개최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
            작품들은 마치 꿈속에서 본 것처럼 사실적인 묘사를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       ≫에서 르네 마그리트의 40주기를 맞은 ≪벨기에 왕립미술관≫측에서 ≪마
            능한 것들을 연출한다. 마그리트가 말한 <데페이즈망 기법>은 오브제 공간의       그리트 미술관≫ 완공을 앞두고 준비한 마지막 해외 전시로 기획된바 있다. 그
            새로운 설정, 새로운 오브제의 창조, 기존 오브제의 변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당시 ≪벨기에 왕립미술관≫ 측은 서울에서의 전시를 위해, 본국에 단 두 점
            원형으로서의 오브제와 또 다른 오브제의 결합을 통해 구현되는 모순을 통한        의 작품만을 남겨놓고 소장 중인 200여점의 마그리트 작품들을 전부 서울로
            창조성은 마그리트 회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상식과 선입견에 도전해 ‘예술의       실어 날랐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한국과는 무척 인연이 깊은 글로벌 거
            개념을 바꾼 예술가’로 평가 받는 마그리트. 그는 사물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     장이다. 그리고 나서 12년만에,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뮤지엄 그라운드≫
            나 사고를 파괴하고 주변의 오브제를 도입시킴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에서2019년 4월 2일부터 7월 10일까지 초현실주의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 전
            규정하며 일상적인 사물들을 우리 눈에 보이는 것과 반하는 낯설거나 익숙하        시회가 다시 한번 개최 된다는 소식이다. 경기가 좋을 때나 불경기와 상관없
            지 않음을 통해 철저하게 새로운 예술형식을 창출하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 여전히 국내 화단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너무 말을 앞세우고 직설적인 듯
            독창적인 예술관은 <팝아트>와 현대 <대중광고>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싶다. 내가 개입되면 언제나 로맨스고 남이 하면 무조건 불륜으로 가름하는 극
            열두 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마그리트는 열네 살에 가족과 함께 샤를      단적인 편견이 지배한다. 여기서, 미학적 의식이 제대로 박혀있는 작가라면 르
            루아로 이주하는데 그곳에서 평생의 동반자 조르제트 베르제를 만나게 된다.        네 마그리트의 어록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고 확신한다. “말은 이미지가 보
            10년 가까운 긴 연애 기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던 두 사람은 마침내 마그리트가     여줄 수 있는 것,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 언어가 말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이미
            스물네 살이 되던 해에 결혼하기에 이른다. 마그리트는 베르제를 평생 사랑했       지가 보여줄 수 없다. 그러나 그려진 이미지가 보여주는 것과 말로써 표현 되
            다. 다른 예술가처럼 열정적이고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는 것은 같은 것이다.” 아무쪼록 우리 화단의 미술인들에게도 말과 이미지가
            두 사람의 이야기는 브뤼셀 곳곳에 소소한 흔적들로 남아 있다. 그의 작품을 전     일치하는 ‘새로운 정신’이 오로지 각자의 작품 활동을 통해서만 표출되기를 진
            시해놓은 ≪마그리트 하우스 뮤지엄≫에서는 생전에 마그리트가 촬영하고 편         정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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