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2019년0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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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컬럼



































        화랑미술제 2019





        해외 미술 시장 개척을                                    해외에 나가면 한국미술, 한국작가에 관심이 이렇게 많았는데 그동안 왜 안 오
                                                        셨냐고 반기면서 고객들이 앞다투어 구매해 줄까?
        위해 당면한 과제                                       미술작품은 대중문화의 소비재와는 또 다르기 때문에 투자한다고 바로 성과

                                                        가 나는 것도 아닌데다 몇몇 스타작가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콜렉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물론 우리 갤러리가 해외에
         정은경((EK아트갤러리 대표)                               서 선보이는 우리 작가들 작품은 매우 훌륭하지만 작품이 좋다고 팔리고 안
                                                        좋아서 안 팔리는 것은 아니다. 한 작가를 목표하는 나라의 아트마켓에서 인
                                                        지도를 높여주면서 판매라는 경제적인 성과까지 동반하려면 장시간 여러 경
        개인적으로 해외아트마켓에 관심이 많아서 아트페어에 직접 참가하기 위해          로로 전시와 홍보를 병행해야 하는데 작가 한 사람의 인지도만 가지고는 기
        서 해외에 나가는 일도 있고 참가하기 전 시장조사를 위해 다녀오는 일도 있       대하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국가사업으로 수 십 년간 공을 들여야 현장에
        다. 판로를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로 확대해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이다. 그러      서 체감할까 말까 하는 효과가 난다. 2월호 컬럼에도 썼듯이 미국 상업미술 시
        나 한국에서 대형 화랑도 아니고 중소형 화랑을 운영하는 필자로서 해외시장        장의 성장에 미국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했듯이 우리도 작가와 화랑의 노력
        개척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녹록하지 않은 게 현      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실이다. 사실상 전시작품을 판매해서 임대료라도 근근히 내려면 해외아트페
        어나 해외전시는 가급적 안 하는 게 비용을 줄이는 영리한 선택이다.           일본의 현대미술이 우리의 현대미술과 비교해서 월등히 뛰어나고 중국작가
                                                        들의 작품이 우리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퀄리티에서 많이 차이나서 우리의 블
        3년 전 해외아트페어에 참가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첫 번째 아트펀드를 운       루칩 작가들의 작품 가격과 10배, 100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순수
        용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사업이었으나 다행히 투자자 모집에 성공하여 2016      미술 분야에서 반짝 스타는 드물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니 이쪽의 트렌드도
        년 4월 영아트 타이페이에 참여했다. 이후로 아트펀드를 세 번 더 오픈했고 세     속도가 붙기는 하지만 한 인간의 인문학적 총체인 미술이라는 매체라고 하는
        번 다 투자유치에 성공하여 타이페이와 싱가포르의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가         것이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마스터해서 온세상 만방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데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당금 10%는 결국 갤러리가 페어에 참가해서 작품판      는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필요로 한다. 예술가 한 사람에게 스포트라
        매를 한 수익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비용이 되기 때문에 은행이자율보다 높은        이트가 쏟아지게 하기 위해서 그림자처럼 일사분란하게 일해야 하는 사람들
        배당금은 부담이 되어 지금은 운용하지 않고 있다.                     의 수고와 영향력이 발휘되어야 비로소 세상은 한 사람의 작가를 인지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작가가 잘 나면 저절로 세상이 알아준다는 것이
        작품 판매 수수료를 작가와 나누기 때문에 해외페어에 참여하기 위해 갤러         다. 그런 단순한 생각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큐레이터나 전시기획자, 딜
        리가 지출해야 하는 적지 않은 비용에 펀드 배당금까지 보태지면 아무리 해        러들의 전문성이나 영향력이 과소평가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곤 한다.
        외에서 열심히 판매하고 돌아와도 정산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스물 여덟의 나이로 요절한 장 미셸 바스키야는 단시간에 스타 작가가 된 운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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