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2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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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임다인 작가

        남겨진 공간에 띄우는 기억의 초상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Summer in Forestory_oil on linen_162.2x130.3cm_2022



        우연이지만 그동안 이목화랑(김자영 관장/yeemockgallery.co.kr) 소속 작가  필요했다. 그때마다 텅 빈 집의 마지막 모습은 고요했지만 따뜻한 위로와 응
        나 이곳에서 전시한 작가들을 많이 소개해왔다. 생각해보니 이곳 작가들의 작       원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의 인상이 바로 이 작업이다. ‘Summer in
        품이 지극히 회화적이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공간 처리가 묘하게 공통적        Forestory’는 작품 제작을 위해 머물던 공방의 모습으로, 이것도 일상의 경험
        이었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평면 회화의 위대한 가치가 그대로 드러       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는 공간의 표정을 꾸준히 관찰하면서 하나의 구
        나는 붓터치와 상상의 스토리를 연상시키는 공간 처리가 감상자로 하여금 그        상으로 또렷해질 때 그 인상을 화면에 옮긴 것이다. 전시 준비로 지난한 노동
        스토리에 몰입하도록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리라. 이번에는 또 다른 개성        이 일상이 된 그 시절 바라봤던 창밖의 풍경은 숲속 외딴 공간처럼 초현실적
        으로 공간에 대한 신선한 접근을 보여주는 임다인 작가를 소개한다.            인 녹음으로 가득했는데, 작업에 매진하던 내 모습과 겹치면서 안식의 공간
                                                        으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각 작품을 설명해달라.
                                                        공간을 구분 짓는 ‘창’이라는 매개로 인해 창 너머의 사물들, 햇빛, 색들이 이쪽
        ‘The last home in New York#3’은 정든 뉴욕 집을 떠날 때 공간의 남겨진 마  과는 다른 세계의 공간이라고 여겨져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창이 사
        지막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삶이 펼쳐지는 공간 속 일상의 반복적 경험을 통해      라진 것으로 보이는데, 창의 역할이 타 대상으로 전이되었는가.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는 표정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머물렀던 그곳의 경험적
        이미지를 화면에 재편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창을 통해 느껴지는 햇살,       되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공간과 시점을 ‘창'을 메타포로 현시점으로 소환시킨
        공기의 온도, 색감, 여름마다 반복되는 습한 벽의 눅눅한 느낌, 그곳에서 겪게     것이 창문 시리즈이다. 내 삶을 바라보는 장치의 하나인 ‘창’은 꾸준히 진행 중
        되는 사건, 감정 등을 포괄해서 공간에 깊숙이 스며든 표정들은 그곳에서 살       이며 타 대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선뜻 돌아가지 못하는 타국 생활에서 창밖
        아가는 사람들의 삶에도 배어든다. 낯선 땅 이방인 미술가로서 존재에 대한        의 풍경을 보며 가고 싶은 곳이 창 너머에 있기를 바랬다. 전에는 떠나온 안식
        근본적 인식이자 정체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하면서 공간에 주목하게 되         처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창’을 대했다면 귀국한 지금은 전보다 안정적이어
        었는데, 이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가치이자 안식처를 이루는 ‘주(宙)’와 연결     서 삶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전과는 다른 삶의 형태로 인해 일상
        된다. 한동안 머물던 타국살이의 안식처를 떠날 때는 언제나 그렇듯 용기가        의 사물이나 삶이 펼쳐지는 공간 속 모든 것들이 더 적절한 사물들로 대체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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