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2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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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Sounds of silence61.2x41.0cm 2022 Mixed media on wood






         마음의 소리, 침묵의 담론(Sounds+silence)                 는 침묵의 모티브(motive)로 입술을 차용하여 세상의 소리를 시각화하여 볼
                                                        수 있게 해준다. 캔버스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여러 다양한 형태의 입술은 수
        서양화가 노  재  순                                    많은 사람의 소리를 대변한다. 그 소리들이 입술주변을 에워싸며 혼란스런 구
                                                        도가 펼쳐진다. 잡지 한부분의 콜라쥬(collage)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람들이
                                                        언어유희 하는 단어들이 제 형태를 드러내지 않고 뒤집히거나 반대로 형상화
        글 : 김재덕 (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되어 표현되고 있다. 화면에 강조되어 표현된 입술 주변을 어떤 사건 또는 추
                                                        억에 대한 기억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하여 부제로 그려 넣기 시작했다. 인물이
                                                        나 특별한 의미가 없는 기호 등의 비정형적인 배치를 통해 직관적 감상의 위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1984~)는 ‘성공한 사람  험을 감수하지 않는 작가의 의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큰 의미를 함유하지 않
        들은 항상 그들의 입술에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침묵(沈默)이고      고 있는 낙서와 다름없을 자유로운 화면의 유희는 작가가 관심을 가지는 자유
        두 번째는 웃음이다.’ 라고 했다. 일생의 여정에서 성공이라는 성취감에 대한      로운 언어이며 그에 근원은 침묵의 가치로 나타나고 있음을 소리의 조형으로
        공경은 지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최고 가치이며 이상향일 것이다. 성공한        표현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작가는 해외여행 중 여러 곳의 벽화에 새로
        사람의 입술이 가지는 침묵과 웃음의 두 가지 의미는 언어의 사용과 마음의        운 감흥을 전이 받았으며 그 감흥의 연장선에서 소리와 침묵의 이반(離叛)된
        표현이 입술에서 시작됨으로 인간의 감정표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         소리를 보게 하는 작업으로 연결하여 천착해 나가고 있다.
        는 것이다. 마음의 창인 입술을 어떻게 사용 하였는지에 따라 사람사이의 관
        계 형성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는 점은 삶의 경험치에서 깊이 공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세상에는 수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현대인들은 소리의
        감되는 부분이다. 자기 주변의 관계형성을 위해 장황하게 가식적으로 포장하        아우성 속에서 힘들어하고 지쳐 쓰러져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소
        기 보다는 침묵하는 쪽이 오히려 그 관계를 돈독히 하여 줄 수 있다. 가장 깊은    리에 귀 기울여 보면 그 속에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화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는 것이며 가볍게 말하는 사람은 분란(紛亂)의 씨를      면에 입술과 기호, 낙서 등을 통해 내가 들은 소리를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화
        뿌릴 수 있지만 침묵하는 사람은 거두어들이는 좋은 결과를 가지게 된다. 물       면에 그려진 소리로 세상과 만나고 싶다.”
        론, 완성도 높은 침묵은 적절한 자기표현이 기초하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 침                                      - 노재순작업노트 중 -
        묵하는 것과 말하는 것은 적절한 안배가 있는 것이며 말하는 용기와 침묵 할
        줄 아는 인내를 가지는 것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 가치를 더 높여 줄 것이다.     학부시절 노재순은 지도교수의 작가론에 영향을 받아 독창성에 대한 창작의
                                                        고민이 깊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을 버려야 독창성이 발현
        서양화가 노재순은 침묵의 담론(談論)으로 천착(穿鑿)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      된다는 점에서 작업시간의 큰 부분을 비우고 버리는 과정으로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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