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2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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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home in New York#3_oil on linen_72.7x90.9cm_2022



            있다. 잘 머무르기 위해서 잘 떠나는 것은 필연적이며 떠남을 망설이지 않기에      들고 기억 속 이미지를 종이에 칼로 새겨 전시장에 설치한 후 빛을 비추는 전
            ‘창’은 적절한 시점에서 작품을 통해 꾸준히 만나게 될 것이다.             자동 기차를 종이 집 사이로 다니게 했는데, 그림자로 구현된 기억 속 공간
                                                            의 이미지는 유령처럼 전시장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작업이었
            개인의 흔적이나 경험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공간의 문제를 다룬 서도호 작가        다.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지거나 왜곡되는 기억의 성격과 종이라는 섬세하
            의 ‘탁본 프로젝트’처럼, 작가의 작품은 당시의 개별적 공간을 기억하거나 소      고 연약한 소재, 손으로 새기는 기억 속 이미지, 언제 어디든 이동이 용이한
            유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타인들에게도 최면을 걸듯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Portable House’의 종이 집 형태, 그림자로 구현되는 공간 확장적인 스케일,
            면밀한 기억들을 소환해내는 기적을 선사한다. 이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기억 속에 잔재하는 공간처럼 일정하게 맴도는 움직임 등 많은 요소들이 면밀
                                                            하고 튼튼하게 연결되어 있는 작업이다. 현재는 기차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사소하고 일상적이어서 특별하지 않은 대상들을 소재로 최소한의 건축적인          열심히 보완 중이며, 구현 가능한 전시공간을 찾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요소만을 남긴 채 인물이 부재한 단순화된 텅빈 공간 구성 등이 그러한 공감       는 좀 더 입체적인 레이어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대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닐까 한다. 감상자가 자신이 경험했던 공간을 어떠        과정은 공간이 지닌 페르소나를 하나씩 드러내는 것과 같다. 좀 더 정확하게
            한 방해 요소 없이 이입하고 가장 담백한 공간 안에서 개인적인 공간의 면면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이 작업은 직접적인 공감각적 경
            을 빗대어 떠올렸으면 한다. 서도호 작가의 ‘탁본 프로젝트’ 또한 개인의 흔적     험을 선사할 수 있는 4D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을 엿볼 수 있는 그 어떠한 사물 없이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본떠
            존재하는 공간만을 마주하도록 하는데, 이렇듯 비어진 공간 자체가 작품의 대
            상이 되어 감상자를 맞이하기에 많은 이들의 기억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고        거대한 소비 욕망이 내재한 대도시라는 공간 속 군중을 다루어온 뮌(Mioon)
            본다. 나 또한 이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대학시절 “잘 그린” 이미지가     의 ‘오디토리움(Template A-Z)’(2014)에서 볼 수 있는 서로의 다른 필터에 의
            주는 친절한 시각 정보는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고 덜 그리면서도       해 인식되는 서사적인 작품과 비교할 때 결과적인 영상의 모습은 유사하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이란 무엇일지를 고민하면서 장르를 바꿔보기도 했다. 결국        목적을 달리하는 임다인 작가의 ‘홈 프로젝트’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기억의
            공간을 보는 관점과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았고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        맥락을 짚으며 공간이 어떻게 인식되고 형상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동
            로 완전히 낯선 곳에 가서 새롭게 바라보는 시도가 필요함을 느껴서 미국으로       안 노매드(nomad) 작가로서의 삶을 꾸려왔다면 이제는 귀국 후 보다 ‘적극적
            떠났고 비로소 나만의 표현을 찾아나가게 되었다.                      인’ ‘진정한’ 노매드 작가로서 새로움을 향해 언제든 다시 떠날 거란 생각이 든
                                                            다. 우리 모두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안식처는 결국 실재하지 않고 상상 속 가
            평면 이미지로 기억을 환기시켜 감상자까지 그 공간을 공유하도록 만드는 작        상의 공간에서만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식처를 찾아 마음의 안정을 찾
            가만의 그러한 힘을 2D가 아닌 실제적인 체험의 장을 느낄 수 있는 3D로 확     으려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만의 사
            장하여 제공하는 것은 어떤가.                                적 공간에 대한 묘사는 감상자의 개인적 공간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면서 공간
                                                            에 대한 개별적 추억을 집단의 기억으로 공유하게 하여 마음의 안식처를 찾
            ‘홈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전시 공간에 기억 속 공간들을 구현하고 감상자를      는 모든 이들을 꿈꾸게 한다.
            적극적으로 초대하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떠나온 집들을 종이 모형으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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