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2년 09월 이북
P. 41

Sounds of silence 150.0x90.0cm 2021 Oil on canvas  Sounds and silence 91.0x72.5cm 2022 Oil on canvas










            조금이라도 흔적이 남아있을 남의 것이 아닌 작가 자신의 것으로 캔버스를 채       “입술과 낙서로 함축되는 두 가지 대립적인 이미지의 조합은 개별적인 형식의
            워 나가는 것이 창작인의 기본 소명으로 삼고 수련과정을 이어나갔다. 그 시       성립은 물론이요, 내용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다시 말
            기 작가는 포르투칼을 여행하던 중 해안의 큰 바위를 치며 솟구쳐 올라 거대       해 시선을 압박할 정도로 확대된 입술이 지어내는 시각적인 이미지는 개별적
            한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의 위압감에 매료되었으며 그동안 소재로 삼았던 인        인 형식미에 응답하면서 동시에 내용을 담는데 효과적이다. 즉, 입술의 이미
            물이나 풍경 등의 정적 대상물에서 움직임이 있는 파도와 갈대 등 동적 대상       지는 형식을 주도하는 입장이고, 배경의 복잡다단한 낙서의 이미지는 내용을
            의 역동적 순간을 포착하여 자연의 소리로 독창성 있게 표현하기 시작 하였        이끌어 간다. 이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찬찬히 뜯어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다. 이러한 대자연의 표현은 작가 노재순이 자연의 소리를 그리는 자신만의        인지할 수 있는 형식적인 특징이다.“
            작가정신을 내재한 작가론에 의미를 함유하게 되었다. 대 자연을 통한 자연의        - 복잡다단한 현실에 대한 은유적인 메시지 중 일부. 신항섭(미술평론가) -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가의 의도는 예술의 사회적 관계는 독창성에 근원한다
            는 인문적 고찰의 연구과정 이었으며 이어지는 새로운 작업의 탈피과정에 한        충남 청양에 자리한 ‘갤러리콩’은 2022년 6월 개관하였다. 평소 동생이 귀농하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여 작업실과 갤러리를 지어준다고 약속해온 일이 현실이 되었다. 작가에게 동
                                                            생은 테오와 같은 존재로 다가왔음을 매체인터뷰를 통해 이야기 한다. 아기자
            서양화가 노재순은 2015년도부터 새로운 창작의 변곡점으로 입술을 모티브        기한 정원과 작은 미술관이 있는 고향의 작업실에서 말년의 창작활동을 이어
            로 한 소리와 침묵의 시각화 담론으로 또 한 번의 창작의 탈피를 이룬다. 65세    가고 있다. 예술세계를 열어줄 또 다른 입술에 담겨진 심미적 의미의 침묵 속
            에 이르른 지인 작가들의 작고 소식에 지금껏 하고 싶은 내면의 이야기를 그       에 서양화가 노재순의 지성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지성의 가장 깊은 감정은
            려보고자 사고의 전환을 가지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자연의 아름다운 역동적       항상 침묵 속에 있다. 그곳 청양에서 또 한 번의 탈피를 이루고 새로운 입술에
            소리를 조형화 하였다면 이 계기를 통해 자연의 소리 에서 사람의 소리를 그       담겨질 메시지를 기대해 본다.
            려 보고자 내면의 소리에 가장 심성 깊은 곳에 있는 침묵의 소리를 보게 되었
            다.  입술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수많은 언어표현을 낙서의 이미지로 심성 깊       “현명한 사람이 되려거든 사리에 맞게 묻고 조심스럽게 듣고 침착하게 대답하
            은 인간의 내면의 소리를 조형화 하면서 이제 세상의 소리를 그려보고자 하        라. 그리고 더 할 말이 없으면 침묵하기를 배워라.”
            였다. 작가는 마음의 소리가 침묵 속에 있으며 입술이 가지는 침묵의 가치를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1483~1520)-
            인문적으로 재해석 하는 창작의 과정으로 깊은 의미를 두어 형식화 하였다.        참고자료------------------------------------------------------------
                                                            복잡다단한 현실에 대한 은유적인 메시지. 신항섭(미술평론가)


                                                                                                       39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