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전시가이드 2022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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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경복궁 향원정 전경




                                                        각으로 꺾여 돌아서 향원지로 잔잔히 흘러가도록 되어 있다. 샘에서 솟아난
        향원정과 모네의 수련                                     물이 향원지로 고요히 흘러가서 정자와 꽃나무의 그림자가 물결에 흔들리지
                                                        않게 비치도록 하는 장치인 셈이다.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향원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연못에 놓인 취향교(醉香橋)라는 다리 이름에도
                                                        향기가 담겨있다. 원래 건천궁에서 정자까지 걸어 갈 수 있도록 연결한 다리
        향원정(香遠亭, 보물 제1761호)은 경복궁의 북쪽 향원지라는 연못 한가운데      인데 길이가 32m, 폭은 165cm로서 조선시대 연못에 놓인 나무 다리로는 가
        조그만 섬 위에 세워진 육각형의 정자이다. 향원(香遠)이란 말은 북송대 학자      장 긴 다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다리도 동족 상잔의 아픔을 피하지 못하고
        인 주돈이(周敦頤, 1017∼73)가 지은 애련설(愛蓮說) 속에 '향기는 멀수록 맑  6·25사변 때 파괴되었던 것을 1953년 원래의 자리가 아닌 남쪽으로 옮겨 새
        다'는 뜻을 가진 향원익청(香遠益淸)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로 다리를 놓았으나 최근 고증자료에 따라 북쪽으로 제위치를 찾아 원래의 모
                                                        습대로 2019년 복원하였다. 취향(醉香)이라! 연꽃 향기가 퍼져 취할 정도이니
        이곳에는 본래 세조 2년(1456)에 취로정(翠露亭)이란 정자를 짓고 연꽃을 심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광이 또 어디 있을까? 여름이 되면 취향교(醉香橋)에서
        었다는 기록이 세조실록에 나오지만 향원정은 조선 말기인 1867년(고종 4)에     연못에 핀 연꽃을 바라보며 향기에 흠씬 취해 보라.
        서 1873년(고종 10)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장대석(長臺石)으로 단을 쌓고 짧은 육모 돌기둥 위에 세운 2층 규모의 익공      향원정은 고종이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섭정에서 벗어나 친정 체제를 구축하
        식(翼工式) 기와지붕 건물이다. 공포는 내외일출목(內外一出目)이며, 기둥은       면서 정치적 자립의 일환으로 건청궁(乾淸宮)을 지었는데 그 건청궁 앞 연못
        특이하게 1층에서 2층까지 통하는 긴 육모기둥을 세웠다. 처마는 겹처마에 육      의 가운데에 섬을 만들고 세운 2층 정자이다. 향원정으로 가기 위해 나무로
        모 지붕이며, 추녀마루가 중앙으로 모이는 중심점에는 지붕마루의 가운데에         만들어진 백색의 취향교라는 다리를 놓았으며, 남쪽에는 함화당(咸和堂)과
        세우는 탑 모양의 절병통(節甁桶)을 얹어 장식했다.                    집경당(緝敬堂)이 위치해 있다. 향원지 북쪽의 녹산지역에 쳐있는 담장에는
                                                        인유문(麟遊門)이란 일각문(一角門)이 있으며, 그 남쪽에는 봉집문(鳳集門)이
        1층은 바닥 주위로 평난간을 두른 툇마루를 두었고, 2층 바닥에는 계자난간       있었는데 이로 인해 연못은 한층 아늑한 정취(情趣)에 싸이게 되었다고 한다.
        을 두른 툇마루를 두었다. 1층 실내에는 온돌을 깔았고 2층은 나무 마루를 깔
        았다. 천장은 우물천장이며 사방 둘레의 모든 칸에는 완자살 창틀의 4분합문       이러한 향원정을 보노라면 인상주의(impressionism) 화가를 대표하는 모네
        (四分閤門)을 달았다. 단청은 궁궐에 많이 쓰이는 모로단청으로 우아하고 격       (Oscar-Claude Monet, 1840~1926)의 대표작인 '수련'이 떠오른다. 모네가 수
        식이 높게 하였으며, 특히 2층 천장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단청을 했다. 천장      련을 그리게 된 것은 1890년 파리에서 서쪽으로 약 70km 떨어져 있는 지베
        의 중앙에는 반자틀을 육각으로 꾸미고 마름모꼴 6개를 붙여 6각별 모양이 되      르니(Giverny)에 집을 마련하고 정원을 가꾸면서 시작되었다. 정원에 벚나무
        도록 만들었다. 그 안에 여의두문으로 단청하였으며 주변은 봉황을 그려 넣        와 버드나무, 각종 희귀한 꽃들을 곳곳에 심어 꾸미면서 연못도 새로 파고 일
        어 화려함을 더했다.                                     본식 다리도 놓으며 수련과 수생 식물, 아이리스 등을 심었다. 여러 명의 정원
                                                        사들이 있음에도 직접 정원을 가꿀 정도로 정원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착이
        향원지의 모습은 모서리를 둥글게 굴린 네모꼴이며 크기는 4,605㎡이고, 물에     강했다. 이런 열정과 애착이 ‘수련’을 연작하는 계기가 되어 이때 그린 작품 수
        는 수련과 수초가 자라고 있다. 향원지에 고인 물은 북쪽 언덕 밑에서 솟아나      가 무려 250여 점에 달한다고 한다. 작품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는 열상진원(洌上眞源)이라는 샘물이다. 열상진원에서 솟아난 물은 두 번 직       변해가는 태양 광선에 의한 자연의 변화무쌍한 순간의 인상을 포착하고, 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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