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2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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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베르그, <최면 치료>, 1887년, 캔버스에 유채, 153×195cm, 스웨덴 국립박물관




            광견병 백신 연구에 한창이었을 때였습니다. 당 시 에델펠트는 외부인을 절대       데, 자연주 의 화가들은 자연의 대상을 충실히 묘사해 인상파 회화에도 많은
            출입시키지 않는 파스퇴르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 건조된 유리 용기 내의 토끼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연주의를 북유럽 최고의 문학가 중 한 명인
            신경 조직을 연구하는 파스퇴르의 모 습을 그렸습니다. 용기를 응시하는 파스       아우 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1849~1912)가 그의 소설에서
            퇴르의 눈빛에서 파스퇴르의 자 신감과 야심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강력        사용 했습니다. 그래서 스트린드베리와 친분이 깊었던 베르그도 자연스레 자
            한 의지까지 볼 수 있는 걸작입니다.                            연주의에 심취하게 됩니다. 자연주의는 모든 현상에 걸쳐서 과학적 절차와 법
                                                            칙이 적용될 수 있다 고 보았기에 심리학과도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죠. 베르
             의학과 예술의 만남                                     그는 사람들이 현 대 의학과 다양한 수준의 의식세계를 관심을 갖는 것에 주목
            이번에는  스웨덴의  자연주의  화가  리하르트  베르그Sven  Richard    하여 최면술 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최면술은 인간의 잠재의식과 연결하
            Bergh(1858~1919)의 <최면 치료Hypnotic Sénce>라는 그림을 보겠습니다.   는 좋은 방법이었고, 그래서 베르그는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면술사가 왼손을 환자의 어깨 위에 올리고 마음을 진정시킨 후 최면 을 걸       의학과 관련하여 섬뜩한 그림 한 점을 보겠습니다. 부검의로 보이는 의 사가
            고 있는 듯 보입니다. 뒤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것 같지요? 관심 있게 집중하여     죽은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여인의 심장을 꺼내어 면밀히 지켜보 고 있습니
            최면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 저 여인은 무엇 때문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저기에 눕 게 되었고, 의
            지금이야 최면술이 거의 사이비 의학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 그림이 그려질        사는 왜 심장을 꺼내어 유심히 관찰할까요? 자살을 하여 유서가 남아 있다면
            19세기 말에는 흔히 사용되었던 대체의학이었지요. 당시 의학 수 준이 그다지      심장을 꺼내 보지 않았을 텐데요. 그렇다면 선천성 심 장 질환이 있어 사인을
            발전하지 않았기에 최면술도 상당히 인정 받는 분위기였습 니다. 당시 유럽의       밝혀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면 젊은 여 인은 선천성 심장 질환으
            의사들은 최면술을 이용하여 환자들에게 강한 암시를 주어서 히스테리와 통         로 사망한 것일까요? 아니면 심장 질환이 아니라 실연의 상처를 견디지 못하
            증 등을 치료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자연주의naturalism 그림으로 분류되   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련의 여인일까요?
            는데, 자연주의라는 용 어는 에밀 졸라가 문학에서 처음 사용했지요. 미술에       이렇게 19세기 후반에는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화가들이 참여하여 과 학자
            서 자연주의는 관념 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보이는 그대로의 자연을 충실하게       들과 의사들이 연구하고 사람들을 치유하는 그림을 많이 남기면서 세상은 점
            묘사하려는 유 파입니다. 그리고 자연주의는 사실주의의 한 분파로 여겨지는        점 발전하게 됩니다.
             이 코너는  칼럼니스트의 의도하는 바를 존중하며 경어체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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