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전시가이드 2022년 09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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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유어산수(遊於山水), 91×116.7cm, 장지에 수묵, 안료, 2022






                              2022. 9. 28 – 10. 4 갤러리도스 (T.02-737-4679, 삼청로 7길)








         유어산수(遊於山水)                                      ‘소요유’에서부터 이번 전시의 제목인 ‘유어산수’까지 작가의 작업에서 ‘유(遊)’는
                                                        핵심이 되는 개념으로 작용한다. 유의 어원을 보면 깃발(旗)이 자유롭게 나부끼는
        박소영 초대전                                         모습과 그 움직임이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 같으므로 ‘흐른다’는 뜻에서 점차 의미
                                                        가 파생, 확장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그리하여 유는 ‘흐른다’에서 ‘거닐다’, ‘나가 놀
                                                        다’, ‘유람하다’ 등과 같은 사람의 행위와 관련된 의미로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여
        글 : 박세연(미술이론)의 글에서 발췌                           기에 동양 사상의 형이상학적 의미가 연계되어 군자가 배움을 위해 ‘한가롭게 노
                                                        닐다’ 또는 장자의 ‘소요유’처럼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다’, 구속으로부터
                                                        ‘초월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공간을 구름과 하늘로 그리고 그와 더불어
        동양의 성리학적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 식물들을 자연의 은유적 상징으로 등장     산수화에서 유는 자연 즉, 산수에서 노닐면서 도를 체득하게 하는 것으로 여겨졌
        시켜 자연과 벗하여 소요유(逍遙遊) 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보았다”          다. 산수를 즐기는 것은 곧 도를 즐기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거닐고
        - 작가노트 중에서-                                     노님은 새로운 경험을 유발하고 인식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화가들의 수양을 위
                                                        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화가는 붓을 들고 창작 활동을 함으
        박소영은 야외를 거닐면서 받았던 영감을 바탕으로 자연과 우주에 대한 명상과 사     로써 이번에는 화폭 위를 자유롭게 노니는 것이다. 이처럼 유를 통해 수양하고 창
        색을 작품에 지속적으로 담아내 왔다. 거기에는 앞의 인용문에서 보듯 자연과 벗     작하는 것이 화가의 입장에서의 유라면, 산수화를 벽에 걸어 놓고 누워서 유람하
        하여 그 안에서 자유로워지는 ‘소요유’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투영되었다. 이러    는 즐거움을 맛보는 와유(臥遊)는 감상자의 입장에서의 유이다. 감상자는 그림을
        한 작업의 방향은 이번 전시에서도 문맥을 같이한다. 더불어 이전과 다른 새로운     통해 상상하면서 아무 제약 없이 그곳을 노닐 수 있으며, 때로는 자신이 거닐었던
        시도를 신작들에 더하였다.                                  자연 속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작품을 음미할 수도 있다. 박소영은 전통 회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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